기사입력 2024-09-27
SSG닷컴 이어 G마켓도 희망퇴직
[대한경제=문수아 기자] 국내 이커머스 업계의 구조조정이 확대되면서 쿠팡으로 인력 쏠림이 심화할 전망이다. 개발과 상품기획(MD) 조직 경쟁력이 중요한 이커머스 업계 특성을 고려할 때, 인력 재배치에 따른 경쟁력 차이는 더 벌어질 전망이다.
2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신세계그룹 이커머스 계열사인 G마켓이 이날 오전 사내 임직원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공지했다.
대상은 정규직 중 근속 2년 이상인 직원이다. 이날부터 10월 11일까지 신청을 받는다. 법정 퇴직금과 특별 위로금으로 월급여에 근속연수를 곱한 금액을 지급한다. 근속 6년 미만은 6개월치, 19년 이하는 근속연수만큼, 20년 이상은 24배를 기준으로 책정했다. 희망퇴직 전 최대 2개월간 무급휴직을 이용할 수 있다. G마켓은 퇴직자를 대상으로 1대1 컨설팅과 진로 설계, 취업ㆍ창업 교육도 지원한다.
정형권 G마켓 대표는 CEO(최고경영자) 메시지를 통해“시장의 경쟁 구도 재편과 급격한 시장 변화는 지난 몇 년간 우리에게 전례 없는 도전과 본질적인 변화를 요구해 왔다”라며 “현재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 구조를 확보하려면 근본적인 체질 개선이 불가피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며 희망퇴직 배경을 설명했다.
앞서 신세계그룹의 다른 이커머스 계열사인 SSG닷컴도 희망퇴직을 단행했다. 2019년 법인 출범 이후 첫 희망퇴직으로 업계에 충격을 안겼다. 창사 6년차인 회사에서 근속 2년 이상인 본사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단행하면서 구조조정 범위가 넓다는 지적도 있었다. 희망퇴직과 함께 내년 상반기에는 현재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있는 사옥을 영등포구로 이전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근무지가 변경되면 직원 이탈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11번가와 롯데온도 사옥 이전과 함께 희망퇴직을 진행했다. 11번가는 SK그룹의 사업 재편 방향에 맞춰 매각을 추진 중이나 답보 상태다. 롯데온은 상반기 매출 576억원으로 전년 동기(656억원) 대비 12.1% 감소했고, 영업적자는 412억원에서 423억원으로 확대됐다. 2분기 기준 롯데온 트래픽은 전년 동기 대비 15.7% 늘었는데도, 거래액은 9.8% 감소한 영향이다.
반면, 쿠팡은 나홀로 신규 채용에 나섰다. 쿠팡은 20일부터 25일까지 테크 신입 개발자 채용 모집을 진행했다. 백엔드, 모바일, 프론트엔드 엔지니어 등을 채용하기 위해서다. 신규 개발자 정기 채용 외에도 상품기획(MD), 영업, 서비스 개발, 해외사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경력직도 채용 중이다.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8월 기준 쿠팡 본사 직원은 1만985명으로 지난해 대비 1800여 명이 늘었다.
이커머스의 인력 구조조정은 계속될 전망이다. 티몬과 위메프의 기업 회생 절차가 진행되는데 맞춰 직원 이탈이 계속될 수 있어서다. 대규모 미정산 사태가 발생한 후 한 달 간 퇴사자는 350여 명에 달했다. 펜데믹 시기에 비대면 서비스가 급성장하면서 몸값이 높아졌던 개발자는 현재 채용 한파가 불고 있고, 상품기획자(MD)를 채용할 유통업계 역시 내수 소비가 위축된 상태라 채용문이 좁아지긴 마찬가지다. 채용을 이어가는 쿠팡 문을 우선 두드릴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업계 관계자는 “인력 감축으로 재무상 손실을 줄일 수는 있어도 서비스 개발과 상품 기획이 핵심인 이커머스 특성상 사업의 지속성과 경쟁력까지 보장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