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내년도 원전 예산을 모조리 깎으면서 손발이 묶인 정부는 비상이 걸렸다. 신규 원전 수출뿐 아니라 기존 수출 계약, 원전 생태계 회복도 흔들릴 거란 우려가 나온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여파에서 겨우 벗어나고 있는 원전 업계도 강하게 반발했다. 민주당은 20일 열린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원자력 발전 관련 예산을 대폭 삭감한 내년도 산업통상자원부 예산안을 단독 의결했다. 국민의힘은 이에 반대해 회의에 불참했다. 이날 처리된 산업부 예산안에 따르면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는 원전 생태계 조성 관련 예산 7개 항목 약 1814억원이 전액 삭감됐다. 구체적으로는 원전 생태계 금융지원사업(1000억원)혁신형 SMR(소형 모듈 원자로) 기술개발사업(332억8000만원) 원전 수출보증사업(250억원) 원자력 생태계 지원 사업(112억원) 현장수요대응 원전 첨단제조기술 개발사업(60억원) 원전 기자재 선금 보증보험 지원사업(57억9000만원) SMR 제작지원센터 구축사업(1억원) 등이다. 내년에 예정됐던 원전 지원 관련 예산이 완전히 사라지면 ’실탄’이 떨어진 정부 계획도 올스톱 될 수밖에 없다. 폴란드ㆍ체코 등에서 추진 중인 신규 원전 수출뿐 아니라 원전 산업에 전방위로 경고등이 들어온 셈이다. 특히 기존에 계약을 따낸 이집트 엘다바 원전 2차 건설사업, 루마니아 체르나보다 원전 삼중수소제거설비(TRF) 건설사업 등의 추진도 장담할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ADVERTISEMENTADVERTISEMENTADVERTISEMENT 정부 관계자는 “새로운 수출 사업뿐 아니라 기존에 수주한 사업들도 무역보험공사에서 수출 보증을 받아서 나가야 한다. 이러한 지원 자체가 끊기면 기존 계약에도 심각한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혁신형 SMR(i-SMR) 개발을 위한 연구개발(R&D) 사업은 문재인 정부 때부터 진행된 항목인데도 칼질을 피하지 못했다. 정부 관계자는 “한국형 SMR 노형 개발이 늦어지면 국제 경쟁에서도 뒤처질 수밖에없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관련 R&D 예산안이 통과된 것과도 엇박자가 난 상황“이라고 말했다. 당장 발등의 불이 떨어진 건 원전 생태계다. 탈원전으로 인한 고사 위기를 버티고 신한울 3ㆍ4호기, 해외 수주 사업 관련 일감 등이 들어오면서 조금씩 회복되고 있었지만, 다시 주저앉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크다. 경남 지역의 한 원전 뿌리기업 대표는 “아직 탈원전 여파에서 완전히 벗어난 건 아니라 내년에 좋아질 거란 기대만 갖고 있었는데 타격이 클 수밖에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도 공장 장비 보수, SMR R&D 관련 지원을 어렵게 받고 있다. 내년에 끊길 경우 어렵게 유지 중인 공장 운영도 위축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청한 원전업계 관계자는 “원전 수출 차질은 고사하고 당장 현장의 중소ㆍ중견기업부터 죽어나갈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금도 기자재값 상승, 고금리 등으로 업체 운영하기 힘든데 지원 예산 삭감은 이해할 수 없다. 다시 문재인 정부 때로 돌아가자는 것 아니냐"면서 "원전 생태계를 지탱해온 기업들이 한번 무너지면 다시 회복하긴 매우 어려운 만큼 어떻게든 예산 심사 과정에서 다시 원전 예산을 늘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