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혹한 민낯이다.
현역시절 야구선수 오재원은 호불호가 갈리는 캐릭터였다. 워낙 개성이 강한 데다 과도한 승부욕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일이 잦았다. 그럼에도 투지 하나만큼은 모두가 인정했다. 2003년 신인드래프트 2차 9라운드(전체 72순위)로 프로 입단 후 독하게 바늘구멍을 뚫었다. 2007년 처음 1군 무대를 밟은 뒤 주축 2루수로 발돋움했다. 다소 직설적인 화법을 선보이긴 했으나 팀을 먼저 생각하는 리더로서 추앙받았다. 성대한 은퇴식까지 열 수 있었던 배경이다.
그 속에 감춰진 진실은 잔혹했다. 후배들을 어둠의 길로 인도했다. 스틸녹스정(졸피뎀 성분의 수면유도제)을 대리 처방하도록 강요한 것으로 드러났다. 단순한 요청이 아니었다. 두려움에 떨고 있는 후배에게 ‘아무것도 아니다’라며 속삭였다. 그러다 뜻대로 되지 않으면 폭언과 폭력을 서슴지 않았다. 한 두 번이 아니다. 가히 상습적이라 할 만하다. 일부 선수들은 여러 차례 대리 처방을 해줬다. 부산, 광주 등 원정길을 떠나면서까지 요청을 들어준 경우도 있었다.
연루된 선수들의 신상은 공개되지 않았다. 주로 2군 선수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팀 내 위치가 불안정한 약자였다. 선배는 곧 하늘과도 같았을 터. 프로세계에서 어떻게든 버티고자 노력하는 후배들에게, 심지어 자신의 뒤를 걷길 바라는 이들에게 잔인한 지시를 내렸다. 자신의 지위와 입지를 악용해 겁박했다. 일부 보도에 따르면 “흉기로 찌르겠다”는 충격적인 내용까지 담겨져 있었다. 팬들에게 큰 사랑을 받는 프로선수로서는 물론 인간으로서도 자격미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