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일본이 코로나19 기간 동안 기업들에게 '무이자-무담보' 대출을 해준 후 이자도 감당 못하는 좀비기업이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로이터 본업의 이익으로 차입금 이자를 감당할 수 없는 '좀비기업'이 일본에서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최대 기업 DB(데이터베이스) 전문기업인 제국데이터뱅크(TDB)에 따르면, 2022년도 기준 일본의 '좀비기업'은 약 25만 개로 전년 대비 30% 증가했다. 이는 2011년 이후 11년 만에 최고치라고 일본경제신문 니혼게이자이가 보도했다.
'좀비기업'은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정부 지원으로 버텨냈지만, 과도한 부채를 떠안고 실질적 파산 상태에 빠지는 기업이 늘고 있다. 사업 양도 등 신진대사를 촉진하는 회생 지원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좀비기업' 증가의 배경에는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긴급 대응으로 정부가 내놓은 자금 지원이 있다. 2020년 봄부터 시작된 실질 무이자-무담보 대출(제로페이)은 코로나19 사태로 중소기업의 자금난을 해소하고, 파산과 실업자 급증에 따른 사회 불안을 억제하는 데 효과를 발휘했다.
그러나 신속성을 중시한 결과, 본래 대출을 받을 수 없는 기업을 연장하거나 심사가 까다로워지는 부작용도 낳았다. 일정 기간 동안 원금 상환과 이자를 면제해주는 제도였기 때문에 당장의 자금회전을 위해 부채를 늘려 이자조차 감당하기 어려운 기업이 속출했다.
사실상 파산상태에 빠져도 사업을 계속하려는 것은 경영자 보증의 영향도 크다. 경영자 개인이 기업의 채무를 연대보증하는 구조로, 기업이 파산하면 주택 등 생활기반까지 사라질 수 있다는 공포감이 배경에 깔려 있다.
금융기관도 부실채권 처리를 미루고 싶은 유인이 작용하기 쉽고, 정부 지원책 등을 통해 연명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좀비기업'이 늘어나면 경제의 신진대사가 정체되고, 저임금이 방치되거나 성장산업으로의 노동력 이동이 막히게 된다. 일본 정부도 자금 지원에서 기업 회생으로 지원의 축을 옮길 방침을 밝히고 있다.
과도한 부채를 줄이기 위해서는 금융기관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상환 유예나 차환에 응하는 것은 물론이고, 채권 포기나 사업 양도 지원 등 과감한 조치에 나서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러나 일본은행에 따르면, 은행이 대출이 부실화될 것에 대비해 쌓아둔 대손충당금은 2023년 11월 현재 약 3조6000억 엔(약 32조4684억 원)으로, 2011년 '좀비기업'이 27만 개로 불어났던 당시보다 30% 정도 적은 수준이다. 대출 부실에 따른 손실 충격이 그만큼 커질 수 있다.
전문가들은 "금융시스템의 부담을 줄이면서 '좀비기업'을 줄일 수 있을지, 금융기관의 각오가 요구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