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학년도 1학기 개강일인 4일 서울시내 한 의과대학 도서관이 텅 비어 있다. 2025.3.4/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서울=뉴스1) 이유진 기자 = 의과대학 선배들의 도 넘은 수업 거부 압박에 개강 첫날 수업에 참여했던 2025학번 의대 신입생들까지 속속 등교를 포기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실시간으로 의대별 2025학번 수업 참여 현황이 공유되고, 자신이 '블랙리스트'로 낙인찍힐 수 있다는 압박을 이기지 못한 신입생들이 속속 수업 불참 의사를 밝히고 있다.
6일 대학가에 따르면 개강 첫날인 지난 4일 서울의 한 사립대 의대 예과 1학년 공통교양 과목 수업엔 10명 남짓 신입생이 참석했다. 그러다 같은 날 자정쯤 돌연 "내일부터 학교에 가지 않겠다"는 뜻을 대학 측에 밝힌 것으로 파악됐다.
이 대학 총장은 "신입생들이 밤늦게 의대 학장을 통해 수업에 가지 않겠다는 뜻을 밝혀 왔다"며 "신입생 수업이라도 정상 운영돼야 하는데 25학번과 기존 재학생을 분리해 수업을 진행하는 것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의대 신입생 A 씨는 "궁금한 마음에 학교에 가봤는데 더는 안 나가는 게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25학번 복귀자 발생" 수업 참여 신입생 수 실시간 공유의대의 경우 입학 후 선배들로부터 시험기출문제인 이른바 '족보'를 받지 못하면 수업 과정을 따라가기 어렵고, 졸업해서도 전공의 등 취업 활동에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다.
선배들의 휴학 압박이 계속되자 폐쇄적인 의대 특성에 부담과 압박을 느낀 신입생들은 수업에 참여했다가도 입장을 바꿔 불참 의사를 잇달아 대학 측에 전하고 있다.
한 지역 의대의 경우 재학생 선배가 예과 수업이 이뤄지고 있는 강의실을 둘러본 뒤 수업에 참여한 신입생이 누구인지 파악하고 온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의사와 의대생들이 자주 이용하는 온라인 커뮤니티 '메디스태프'엔 현재 "00대학 오늘 1학년 00명 수업 들었대요", "긴급! 00대 25 현재 복귀자 발생", "00대 25학번 수업 거부 현황", "00대 25학번 0명 학교 갔다네요" 등 신입생 수업 참여 현황을 파악하는 취지의 글이 실시간으로 올라오고 있다.
교육부는 '수업 방해' 행위에 대해 엄정 대응하겠다며 지난해 12월 말부터 현재까지 총 5건을 경찰에 수사의뢰했지만 의대생들은 아랑곳하지 않는 분위기다.
학사 운영 불가능…40개 대 총장, 증원 전 '3058명' 복귀 제안서울의 또 다른 사립대 총장은 "재학생들이 강경해 25학번과 분리하기 쉽지 않다"며 "이젠 교수들도 '그럼 마음대로 해라. 우린 학점 못 준다'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고 전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수업 거부 강요 행위에 대해) 원칙대로 처리한다는 입장은 변함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재학생은 물론 신입생까지 수업 거부에 동참하며 학사 운영이 어려워지자 결국 의대가 있는 40개 대학 총장들은 의대 학장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의대 정원을 '3058명'으로 복귀하는 방안을 정부에 제안하기로 했다.
의대가 있는 40개 대학 총장 모임인 의과대학 선진화를 위한 총장협의회(의총협)는 전날 온라인 회의를 열고 2026학년도 의대 모집 인원을 원래 정원(5058명)에서 2000명 줄인 3058명으로 하자고 합의했다.
수업 거부 중인 의대생 복귀와 교육 정상화, 2027년 의대 정원은 의료 인력 수급 추계위 결정을 따른다는 전제로, 2026학년도 의대 모집 인원을 3058명으로 하자고 정부에 제안한다는 방침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2026학년도 의대 정원이) 3058명으로 정해지면 분위기가 바뀌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하지만 의대생들이 정부가 의대 증원과 함께 발표한 '필수의료 패키지' 전면 무효까지 요구하고 있어 분위기가 전환될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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