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뉴스를 통해 우리를 웃고 울렸던 어제의 오늘을 다시 만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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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성당 묻지마 살인사건 피의자 천궈루이. /사진=뉴스1 |
2017년 2월16일. 제주시의 한 성당에서 혼자 기도하던 여성을 흉기로 살해한 중국인 천궈루이(51)가 1심에서 징역 25년을 선고받았다.
제주지법 제2형사부(재판장 허일승 부장판사)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사고와 경위로 피해자의 고귀한 생명을 빼앗았고 범행에 앞서 이틀간 사전답사까지 하며 계획적이고 치밀한 면모를 보였다"고 지적했다.
이어 "자신의 범행에 대한 진지한 반성이나 후회, 어떤 사죄의 감정도 보이지 않고 있어 엄한 처벌이 불가피하다"며 "다만 피고인이 망상장애 등 정신병적 증상으로 말미암은 심신미약 상태였다는 점을 참작했다"고 판시했다.
형을 선고받은 천씨는 돌연 억 소리를 내고 쓰러졌다. 호흡곤란 증세를 호소하며 드러누웠다가 판결에 불만을 보이며 난동을 부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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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행 후 도주한 천궈루이…7시간만 검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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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2월16일. 제주시의 한 성당에서 혼자 기도하던 여성을 흉기로 살해한 중국인 천궈루이(51)가 1심에서 징역 25년을 선고받았다. 사진은 천궈루이가 도주 7시간 만에 경찰에 체포돼 이송되는 모습. /사진=뉴시스 |
사건은 2016년 9월17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천궈루이는 이날 오전 8시47분쯤 연동의 한 성당에 침입해 60대 여성 김모씨를 흉기로 찌르고 달아났다. 김씨는 스스로 119에 "공격을 받았다"고 신고하고 병원에 이송됐지만, 이튿날 다발성 자창으로 인한 과다출혈로 숨을 거뒀다.
김씨는 독실한 천주교인으로 이날 새벽 미사가 끝나고 성당에 홀로 남아 기도하다 변을 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천궈루이가 버리고 간 흉기, 옷가지 등과 성당 주변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를 토대로 천궈루이의 인상착의를 확인했다. CCTV 관제센터에 천궈루이 인적사항이 담긴 전단을 배포하는 등 추적에 나선 끝에 성당과 40여㎞ 떨어진 서귀포시 보목동에서 천궈루이를 검거했다. 천궈루이가 도주한 지 7시간 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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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부가 머리에 칩 심어놔"━
천궈루이의 범행동기는 심각한 망상장애였다. 그는 5~6년 전부터 망상장애 등 정신이상을 보였는데, 중국 정부가 자신의 머릿속에 칩을 심어놓고 자신을 조종하고 고통을 주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는 정신이상으로 두 번의 결혼생활에 모두 실패했고, 생활고를 겪기도 했다.
고통에서 해방되고 싶었던 천궈루이는 중국을 떠나기로 했다. 외국에서 강력범죄를 저질러 감옥에 가게 되면 중국 정부로부터 완전히 해방될 수 있다는 믿음으로 범행을 결심했다.
천궈루이는 당초 일본으로 가 범행할 것을 계획했다. 하지만 비자 발급을 못하게 되면서 무사증(무비자) 제도로 쉽게 입국할 수 있는 제주를 선택했다. 천궈루이는 중국 여행사를 통해 제주행 항공편과 숙소를 예약하고 범행 나흘 전인 9월13일 제주에 입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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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저했던 계획 범죄━
천궈루이는 치밀하게 범행을 준비했다. 입국 3일째인 15일 오전 숙소 근처에서 흉기로 쓸 칼을 샀으며, 이날 저녁부터 범행 대상을 물색했다. 성매매 업소를 방문하는가 하면, 인적이 드문 거리에서 혼자 다니는 여성을 찾아다녔다.
적절한 대상을 못 찾은 천궈루이는 16일 돌연 범행 장소로 성당을 선택했다. 성당에서 범행을 저지르면 하나님이 자신을 용서해줄 것 같다는 이유였다. 두 차례 사전답사까지 마친 그는 17일 오전 8시31분쯤 호텔을 나와 성당에서 범행을 저질렀다.
천궈루이는 경찰 조사에서 "피해자가 성당에서 혼자 기도하는 것을 보자 이혼한 전처 2명이 떠올라 화가 나 범행했다", "누군가 내 머리에 칩을 심었다"며 횡설수설했다.
검찰 조사에서는 "타국의 감옥에 수감돼 중국으로 돌아가지 않으려고 범행했다", "내가 신인데, 2030년에 인류가 멸망할 것으로 봤고 이에 감옥에서 어떤 문을 만들어 사람들을 데리고 지구를 탈출하기 위해 범행했다"며 비합리적인 진술을 늘어놨다.
법무부는 천궈루이에 대한 정신감정을 실시했고, 그 결과 "망상적 사고가 신념 수준으로 확고하게 체계화 공고화돼 있으며 신체망상까지 동반하고 있다. 피해망상, 관계망상, 불안정한 정서, 충동조절의 능력 저하, 판단력 저하 등의 정신 증세를 보이고 있다. 심신미약 상태에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는 소견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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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궈루이 "난 정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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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검증을 하기 위해 경찰과 함께 범행 현장인 성당으로 향하는 천궈루이. /사진=뉴스1 |
경찰은 9월22일 신상공개위원회를 열어 천궈루이의 얼굴 등 신상을 공개했다. 이에 따라 천궈루이는 맨얼굴로 현장검증에 나섰는데, 고개를 들어 정면을 응시하는 등 태연하게 범행을 재연해 논란이 됐다.
그는 현장검증을 마치고 피해자와 유족에게 하고 싶은 말이 없냐는 질문에 "죄송하다"고 중국어로 짧게 답했다. 심경을 묻는 말에는 "나는 정상이다. 평상시와 똑같다"고 말했다.
살인 혐의로 1심에서 징역 25년을 선고받은 천궈루이는 2017년 4월26일 항소심에서 징역 30년으로 형이 가중됐다.
이 판결은 천궈루이와 검찰 모두 상고하지 않아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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