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은 △자기소개·지원동기 △현장 리포팅 △유튜브 출연자·위기대응 능력 검증 △개별 질문 순으로 진행됐는데 세 번째 순서인 위기 대응 능력 검증을 위해 춤을 추는 항목이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전형은 4~5명이 한 조가 돼서 치러졌다고 한다.
지원자 사이에서는 예상했던 직무와 큰 연관성을 찾을 수 없어 황당했다는 반응이 나왔다. 지원자 A씨는 "면접관이 위기 대처 능력을 보기 위함이다. 춰도 되고 안 춰도 된다고 했지만 안 추면 뽑히지 않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들었다"며 "우리 조는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춤을 췄고 그 과정에서 옆 사람과 부딪히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또 카메라가 세워져 있고 촬영도 진행됐다"며 "면접이 끝나고 너무 치욕스러웠다. 아나운서를 뽑는 건지, 연예인을 뽑는 건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지원자 B씨는 "어떤 면접관은 면접에서 이런 걸 시켜서 죄송하다고 하더라. 아나운서에게 위기 대처 능력이 필요한 건 맞지만 춤을 추는 게 업무에서 필요한가 싶었다"고 밝혔다.
지원자 C씨는 "당시 심사위원들은 본인도 민망한지 아나운서 뽑는 데 별걸 다 시키죠라고 물으며 웃었다"며 "당시엔 열심히 춤을 춰서 붙어야겠단 생각밖에 없었는데 끝나고 나니 합격한다고 해도 받게 될 처우와 현실이 체감돼 아나운서 준비에 회의감이 들었고, 실제로 현재 그만둘까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강북구청 측은 아이돌 그룹 노래에 맞춰 춤을 추는 전형이 업무 능력을 평가하는 데 필요했다는 입장이다. 이번 채용으로 선발된 아나운서가 강북구청 유튜브 채널에서 메인 콘텐츠인 구립 아이돌로 활동할 예정이라는 이유에서다.
강북구청 관계자는 "채용 공고문에 명시된 업무 내용 중에 공식 유튜브 기획 제작·출연자로 활동한다고 명시돼 있다"며 "강북구에서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에 들어가 보면 구청 홍보용 노래를 부르기도 하고 춤을 추기도 하는 콘텐츠가 있다. 선발된 아나운서가 해당 콘텐츠에 출연하게 될 것이기 때문에 그 부분(춤을 평가하는 과정)이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이어 "심사위원들이 매번 응시생분들에게 불편하시면 안 해도 된다고 정중하게 말했고, 실제로 춤을 추지 않은 분에게 불이익이 가지 않았다"며 "면접 전 편한 옷을 입고 오라는 고지가 미리 이뤄지기도 했다"고 했다. 다만 "(지원자가 불편하게 느낄 수 있다는) 여러 의견 주신 부분들을 참고하겠다"고 덧붙였다.
지난 2월 게시된 2025년 서울 매력일자리 아나운서·영상미디어(전문가) 채용 공고 내용 중 일부. 독자 제공하지만 지원자들은 "채용공고만으로는 유튜브 채널에서 구청 아이돌 그룹으로 활동하게 될지 전혀 알 수 없었다"고 반박했다. A씨는 "강북구청에서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이 2개인 것으로 아는데 사전에 합격한다면 아이돌 활동을 하는 채널에 아나운서로 출연하게 될지 전혀 상상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C씨 역시 "(채용공고) 우대사항에 춤과 노래에 관한 내용이 전혀 없었고, 주 업무는 구 행사 진행인데 유튜브 출연을 할 수 있다는 정도로 기재돼 있었다"며 "유튜브 출연 내용이 아이돌 그룹 활동인 건 알 수 없었다"고 반박했다.
전문가 사이에서도 부적절한 평가 방식이라는 의견이 나왔다. 신하나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 위원장(변호사)는 "본인이 자발적으로 준비한 것이 아니고 춤을 춰 보라는 면접관의 말에 춤을 추는 과정에서 수치심을 느낄 수 있다"며 "하기 싫으면 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은 하라는 거다. 춤을 출 분?이라고 물은 것도 아니지 않나"고 지적했다.
사전에 충분한 정보가 주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지원자들이 춤을 추는 행위를 위기 대처 능력이라고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김하나 직장갑질119 변호사는 "일반적으로 아나운서가 위기 상황에서 대처 방식으로 춤을 추고 노래를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아나테이너(아나운서와 엔터테이너를 합친 말)로서의 자질이 중요하다고 한다면 그 절차를 공식화해서 능력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게끔 해야 한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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