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尹 "아무한테도 말하지 말라"며 계엄전 국무위원 등 6명만 소집
1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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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 선포 직전 윤석열 대통령이 한덕수 국무총리 등 국무위원 5명과 조태용 국가정보원장 등 6명에게만 연락해 집무실로 소집한 것으로 파악했다.
국무회의 개의(開議) 정족수는 11명인데도 6명만 집무실로 부른 것이다. 검찰은 윤 대통령이 애초부터 국무회의를 거쳐 비상계엄을 선포할 생각이 없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다각도로 수사 중이다.
● 尹 “사모님에게도 말하지 말고 오라”
11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는 계엄 당일 윤 대통령이 한덕수 국무총리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박성재 법무부 장관, 김영호 통일부 장관, 조태열 외교부 장관, 조 국정원장에게 연락해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청사로 소집한 것으로 파악했다. 정부조직법상 국정원장은 국무위원이 아니어서 5명으로는 국무회의를 개의할 수 없는데도 이들만 부른 것으로 검찰은 파악했다고 한다. 국무회의는 대통령과 국무총리, 각 부처 장관 18명 등 20명 중 11명 이상이 참석해야 개의할 수 있다.
당시 윤 대통령은 조 장관에게 “사모님에게도 말하지 말고 오라”고 했고, 다른 국무위원에게도 “아무한테도 이야기하지 말고 오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은 윤 대통령이 아닌 김 전 장관의 연락을 받고 대통령실에 도착했다.
검찰 조사 결과 윤 대통령은 오후 9시 전후 이 전 장관이 오자 이 자리에서 비상계엄을 선포하겠다고 밝혔다. 한 총리가 “이렇게 하면 안 된다” “반대 의견도 들어야 한다”며 나머지 국무위원들을 대통령부속실을 통해 소집했고,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등 국무위원 4명이 추가로 오면서 오후 10시 17분경에야 11명이 채워진 것으로 파악됐다.
이어 윤 대통령은 국무위원들에게 “지금 계획을 바꾸면 모든 게 다 틀어진다. 국무회의 심의를 했고 발표를 해야 하니 나는 간다”는 말을 남기고 집무실을 나와 오후 10시 23분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집무실로 돌아온 윤 대통령은 한 총리에게 “내가 가야 할 행사를 대신 가달라”고 지시했고,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에겐 “농수산물 물가를 철저히 관리해 달라”고, 조 장관에겐 “미국과의 관계 좀 잘 챙겨 달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 檢, 국무회의 열 생각 없었을 가능성 의심
검찰은 윤 대통령이 이처럼 일부 국무위원에게만 연락하고 비상계엄을 선포하려 한 만큼 애초부터 국무회의에서 비상계엄을 심의할 생각이 없었을 가능성도 들여다보고 있다. 검찰은 윤 대통령을 내란 우두머리(수괴) 혐의로 구속 기소하면서 △비상계엄 선포 안건을 국무회의 의안으로 제출하지 않은 점 △정족수 채운 이후에도 실질적 논의 없이 일방적으로 계엄을 통보한 점 △회의록이 작성되지 않은 점 등을 근거로 ‘하자 있는 국무회의’라고 공소장에 적시했다. 국무회의가 열리긴 했지만 위헌·위법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반면 윤 대통령 측은 비상계엄 선포문을 국무위원들에게 배포하고 심의했으며, 의사정족수를 채울 때까지 계엄 선포를 늦춘 만큼 절차를 지켰다고 주장하고 있다. 회의록 작성 역시 지난해 12월 6일 행안부에 관련 서류를 보내 작성할 수 있도록 했다는 입장이다. 윤 대통령도 11일 탄핵심판 7차 변론기일에서 “국방부에서 서류가 늦게 올라와 국무회의에서 총리 서명 등이 사전에 이뤄지지 않았지만 비상계엄의 경우 보안상 사후 결재도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증인으로 출석한 이 전 장관도 “2년 넘게 재임하면서 국무회의에 100번 넘게 참석했는데, 이번 국무회의처럼 실질적으로 위원들끼리 열띤 토론과 의사 전달이 있었던 것은 처음”이라며 국무회의가 실질적으로 진행됐다고 주장했다.
● 신원식, “국무위원들 ‘큰일 났다’ 말해”
신원식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도 이날 변론에 증인으로 출석해 계엄 당일 국무회의 상황을 증언했다. 지난해 12월 3일 당시 공관에 있었는데, 오후 9시 19분경 윤 대통령이 수석비서관 회의를 소집했다는 얘기를 보좌관으로부터 듣고 대통령실로 향했다는 것이다. 신 실장은 “(집무실 앞에서) 정진석 비서실장이 혼자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며 “무슨 일인지 묻자 정 실장이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기 위해 대접견실에서 국무회의를 하고 있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신 실장은 “무슨 비상계엄입니까”라고 말하면서 자신은 비상계엄에 반대했고, 한 총리와 조 장관 등을 마주쳐 어떻게 된 일인지 묻자 이들이 “큰일 났다”고 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하기도 했다. 신 실장은 또 지난해 3월 말∼4월 초 삼청동 안가 만찬에서 윤 대통령이 ‘비상한 조치’를 언급한 것을 인정하면서 “법적 문제를 떠나 어려움을 해결하는 데 좋은 솔루션은 아니라고 말했다”고 증언했다.
검찰은 계엄 당일 국무회의에 참석했던 국무위원들의 기소 여부를 검토 중이다. 형법은 내란죄를 ‘우두머리’ ‘중요임무 종사’ ‘부화수행(附和隨行·줏대 없이 다른 사람을 따라 행동함) 등 가담 정도에 따라 3단계로 처벌토록 하고 있는데, 국무위원들은 부화수행 혐의도 전면 부인하고 있다. 검찰은 법리 검토를 마치는 대로 국무위원들의 사법 처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최미송 기자 cms@donga.com
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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