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여사 도이치모터스 사건 늑장수사 일지. 차준홍 기자
━
수사팀 “방조 쉽지 않다…주가조작 인지 입증 어려워”
기존 주가조작 판례들에서도 ‘전주’는 방조 혐의로도 처벌이 쉽지 않았다고 한다. 방조범은 ①주가조작을 인지한 상태(방조의 고의성) ②주가조작을 용이하게 하는 직·간접 행위(정범의 행위)를 법적 요건으로 한다. 쉽게 말해 단순히 증권 계좌를 맡긴 행위(②)만으론 부족하고 ‘작전’의 존재 등 주가조작 사실을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다(①)는 증거가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고의는 법리상 “미필적 인식 또는 예견”이면 족하다.
앞서 방조 혐의 유죄 확정 사례는 ▶무등록 투자자문사의 시세조종에 계좌를 제공하고, 관련 투자설명회 자료 등을 검토·보완한 경우(2021년, 서울북부지법) ▶작전세력이 14개 종목을 시세조종 중인 것을 알면서도 계좌를 제공하고, 불특정 다수에게 전달할 허위 광고 문자의 발송대금을 전달받은 경우(2018년, 서울남부지법) ▶시세조종 세력에게 자신의 사무실과 자금이 든 계좌를 제공한 경우(2009년, 서울고등법원) ▶다른 이들에게 앞선 투자 권유가 실패하자 손실을 보전해주겠다며 시세조종 종목에 수억원을 재투자 시킨 경우(2006년, 서울중앙지법) 등 상당한 정도의 주가조작 인식과 범행 가담이 있어야 성립하는 경향이 컸다.
검찰에 따르면 현재 김 여사가 주가조작을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했는지 여부를 살펴볼 만한 증거는 “2심 판결문에 추가된 증권사 직원들과의 매매 확인 통화 녹취록들 정도”라고 한다. 김 여사는 2010년 10월 28일 대신증권 직원과 통화에서 “직=예, 교수님. 저, 그 10만주 냈고. 그거 누가 가져가네요” “김=아, 체결됐죠” “직=예, 토러스 이쪽에서 가져가네요” “김=그럼 얼마 남은 거죠?” 등의 대화를 나눈다. 2010년 11월 1일엔 대신증권 직원이 “방금 도이치모터스 8만주 다 매도됐습니다” 하자 김 여사가 “예 알겠습니다” 답한다. 2심 재판부에 따르면 “거래 결과와 금액을 사후적으로 확인하는 녹취”다.
2010년 1월 25일과 26일 신한투자증권 담당자와 “네, 이사님. 지금 4만주 샀구요. 2439원이고 되면 정가에 더 넣도록 하겠습니다”고 하자 김 여사는 “네 알겠습니다. 그분한테 전화 들어왔죠?”라고 되묻는 등의 녹취록도 있다. 이는 1·2심 재판부가 공소시효가 끝났다고 본 1차 주가조작 시기의 대화지만 사실관계 자체는 정황증거로 사용될 수 있다. 현재까진 “이것만으론 (주가조작을 인지했다고 보기는) 다소 부족하다”는 게 수사팀 분위기라고 한다.

김건희 여사가 지난 10일 ‘세계 자살 예방의 날’을 맞아 서울 마포대교에서 생명의 전화에 대한 설명을 청취하고 있다. 사진 대통령실
여전히 변수는 남아있다. 김 여사가 2010년 1월 권오수 전 회장에게서 1차 작전 시기 주포 이씨를 ‘주식을 관리해줄 사람’으로 소개받고 10억원이 든 신한투자증권 계좌를 일임한 것을 2심 재판부가 “시세조종의 대가적 성격”으로 본 점, 김 여사가 2010년 6월 동부증권 담당자와 “도이치모터스는 앞으로 저하고 이씨 말고는 거래 못 하게 해달라”고 통화한 내역 등도 판단 재료가 될 수 있어서다.
또 김 여사가 2020년 주가조작 의혹이 불거진 뒤 2차 주가조작의 컨트롤타워였던 블랙펄인베스트먼트 이종호 대표와 수십 차례 연락을 주고받았던 점, 김 여사와 이사 민모씨가 다른 투자 건으로 연락했던 점, 주포 김씨가 “김 여사만 빠져나가는 상황”을 우려한 편지를 쓴 사실 등이 수사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와 관련 검찰 관계자는 “해당 내용은 과거에 수사팀이 조사했던 내용들로, (김 여사에 대한) 결정적 증거였다면 그때 이미 기소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