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고집이 부른 ‘의료대란‘ 여파가 심각한 수준이다. 충북 청주에서 25주차 된 임신부가 양수가 새고 있다며 119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병원을 찾지 못한 채 6시간을 구급차 등에서 대기하다 가까스로 치료받은 사실이 알려졌다. 치료할 수 있는 병원을 수소문하기 위해 소방 당국이 75곳의 병원의 문을 두드렸지만, 모두 거절당한 것으로 파악됐다.
15일 충북도와 도 소방본부에 따르면 전날 오전 11시 25분쯤 청주에서 “임신 25주차의 임신부의 양수가 터졌다”는 신고가 119에 들어왔다. 119 구급대는 임신부가 하혈하는 위급한 상황이라고 판단, 환자를 받아줄 병원들을 찾기 시작했다. 소방 당국이 충북을 시작으로 서울과 인천, 경기, 전라도, 경상도, 제주도까지 대형병원 75곳에 이송을 요청했지만 “산부인과 의사가 없다”, “신생아 병실이 부족하다”는 등의 이유로 모두 이송을 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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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수원시 영통구 아주대학교병원 응급실 앞으로 환자가 지나가고 있다. 뉴스1 |
도 소방본부는 비상의료관리상황반을 운영 중인 충북도에 이날 오후 3시 39분쯤 이런 상황을 알렸다. 신고자가 119에 도움을 요청한 지 6시간이 지난 이날 오후 5시32분이 돼서야 임신부는 청주의 한 산부인과에서 치료받을 수 있었다. 이마저도 보호자가 아이가 잘못돼도 병원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취지의 서류에 서명하고 나서야 들어갈 수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도 관계자는 “다행히 임신부는 안정을 되찾은 상태이며 태아도 무사하다. 중증이라고 판단되는 임신부의 경우 지역에서는 치료가 가능한 병원을 찾기가 힘든 게현실”이라고 말했다.
충북에서는 산부인과나 종합병원을 찾지 못해 수십㎞ 떨어진 병원으로 가 이른바 원정 출산을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지난달 15일 출산이 임박한 음성의 한 임신부는 분만을 할 수 있는 인근 지역 병원을 찾지 못해 신고접수 1시간 20여분 뒤 구급차에서 출산하는 일도 있었다. 이후 산모는 음성에서 80㎞ 떨어진 경기도의 한 병원에서 치료받아야만 했다. 도는 지난 11일부터 25일까지를 비상응급대응주간으로 정하고, 비상의료관리상황반을 편성해 운영하고 있다. 도 1개, 시·군 14개 등 총 15개 조직으로 구성된 상황반은 응급의료 상황관리와 응급의료체계 점검 등을 책임진다.
남정훈 기자 ch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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