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에서 뇌출혈로 쓰러진 70대 환자가 인근 대형병원 응급실 야간 운영 중단으로 18시간 만에 충북 청주시의 한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다.
2일 오후 6시 반경 세종의 한 아파트에선 70대 남성이 계단에서 넘어져 뇌출혈 증상을 보였다. 현장에 출동한 119 구급대원은 세종충남대병원 응급실이 야간 운영을 중단한 것을 감안해 세종의 다른 병원으로 환자를 이송했다. 환자는 이송된 병원에서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를 받은 후 “더 큰 병원으로 가라”는 말을 들었지만, 사고로부터 18시간 이상 지난 다음 날 오후 1시경에야 청주의 한 병원으로 옮길 수 있었고 의식불명 상태가 됐다. 환자 가족은 “대형병원 응급실로 바로 갈 수 있었다면 적절한 처치를 받고 회복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의료공백이 장기화되며 세종충남대병원 외에도 전국 곳곳의 응급실이 의료진 부족으로 위기에 놓인 상황이다. 전국의대교수협의회(전의교협)가 소속 수련병원 53곳을 조사한 결과 응급실에서 근무하는 의사는 지난해 914명에서 현재 535명으로 41.5% 줄었다. 386명이었던 전공의(인턴, 레지던트)가 90% 이상 병원을 떠나 33명만 남은 탓이다. 특히 대전·충청(58%), 부산(53.6%), 광주·전남(51.2%)에서 응급실 근무 의사 수가 절반 이하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나 홀로 당직’을 하는 병원도 상당수였다. 전의교협 관계자는 “조사 결과 수련병원 53곳 중 7곳은 응급실 근무 의사가 5명 이하여서 24시간 전체 운영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응급실 당직 의사가 1명만 남으면 응급·중증 환자 2명 이상이 동시에 왔을 때 대처하기 어렵다.
박경민 기자 mean@donga.com
세종=이정훈 기자 jh8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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