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사의 사명은 무엇인가.
▲ 학생들을 민주시민으로 키워내고,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사람으로 교육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 입시에서 교대 인기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고 하던데.
▲ 인기가 높았을 때는 수능 1등급 학생들이 교대에 들어갔다. 교대마다 다르겠지만 지금은 4∼5등급도 가능하다고 한다.
-- 교대 인기가 떨어진 이유는.
▲ 초등 교사들의 급여가 낮다. 교사 초봉은 세금과 연금, 기여금 등을 떼고 나면 연간 2천만원 정도다. 다른 일을 하다 교사가 된 분은 이렇게 급여가 적은 줄 몰랐다고 한다. 학부모의 요구 내용과 교권 침해가 심해져 아이들 지도가 어렵게 된 것도 교대 기피 이유 중 하나다.
-- 학부모들의 요구가 지나친가.
▲ 일부 학부모들은 선생님이 아이 콧물도 닦아주고, 머리도 묶어주고, 물통 뚜껑도 열었다 닫아주기 바란다. 때맞춰 자기 아이에게 감기약을 먹이고, 아이가 기침을 몇 시에 몇 번 했고, 열은 몇 도인지 체크해서 알려달라고 한다. 학교에 갈 나이가 되면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은 직접 하도록 해야 하는데, 일부 학부모는 선생님이 엄마처럼 모든 것을 해주기 바란다.
'내가 널 어떻게 키웠는데…'
악성 민원으로 하늘나라로 떠난 대전 용산초등학교 선생님의 발인식이 2023년 9월9일 오전 장례식장에서 엄수되고 있다. [연합뉴스 사진]-- 선생님들이 학부모로부터 모욕과 협박을 당하는 일이 많나.
▲ 교사노조의 실태 조사 결과, 그런 사례들이 적지 않다. 어떤 학부모는 교사에게 부모님과 함께 자기 앞에 와서 무릎 꿇고 빌라고 했다. 자기가 아동학대로 신고하면 일이 커지니 이렇게 사죄하는 것으로 마무리하자고 했다.
-- 왜 교사의 부모에게 고통을 주나.
▲ 부모가 자식을 잘못 키웠으니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 학부모들이 선생님을 너무 쉽게 아동학대로 신고할 수 있어서 이런 일들이 일어나는 것인가.
▲ 얼마 전 경기도의 한 초등학교에서 일어난 일이다. 한 아이가 교문 앞에서 학교에 들어가지 않겠다면서 바닥에 드러누웠다. 학교 앞에는 차가 다니고 있어 위험한 상황이었다. 선생님이 "일어나라"고 하면서 아이의 손을 끌어 일으켰는데, 아이의 학부모가 아동학대로 신고했다. 결국 그 선생님은 무죄 처분을 받았지만, 경찰과 교육청, 지자체 등에 끌려다니며 수사와 조사를 받느라 힘들었다. 신고당하면 선생님은 아동학대가 아니라는 것을 스스로 입증해야 한다. 평소에 어떻게 아이를 지도했고, 이번 일은 어떤 상황인지 일일이 설명해야 한다.
-- 왜 선생님 본인이 아동학대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해야 하나.
▲ 법이 그렇게 돼 있다. 현행 아동학대처벌법은 의심만 돼도 신고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작년까지만 해도 아동학대로 신고되면 선생님은 곧바로 직위 해제 상태가 됐다. 직위해제는 신고 내용의 사실 여부와 상관없었다. 해당 선생님은 신고되는 즉시 아이들을 가르칠 수 없었고, 학교에 출근할 수 없었다. 급여도 없었다. 작년 서이초 사태 이후 법률이 개정돼 지금은 신고된 것만으로 직위가 해제되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아동학대로 신고한 학부모의 자녀와 한 공간에 있는 것이 힘든 일이어서 선생님들은 병가나 연가를 내고 학교를 쉬거나, 다른 반으로 담임을 바꾸기도 한다.
-- 선생님을 범죄자로 간주하고 수사를 시작한다는 것인가.
▲ 그렇다. 이건 무죄추정 원칙에도 어긋난다. 이상한 게 한둘이 아니다. 아이가 문제행동을 할 때 선생님이 제지하면 법률적으로 위험해질 수 있다. 얼마 전 교감 선생님이 초등학생한테 폭행당한 영상이 공개됐는데, 이 사례도 같은 맥락이다.
전주에서 있었던 초등학생의 교감 폭행 장면
[연합뉴스 사진]-- 교감 선생님이 아이한테 어떻게 폭행당했나.
▲ 지난 6월 전주에서 있었던 일이다. 교감 선생님을 때린 아이는 정서적으로 약간 어려움이 있는 초등학교 3학년 학생이었다. 학교 측이 여러 차례 가정지도를 요청했고, 상담을 받아보라고 권했지만 가정의 협조가 전혀 안 됐다. 그날도 아이는 수업이 끝나지 않았는데도 집에 가기 위해 나섰고, 교감 선생님은 당연히 막아섰다. 아이는 왜 못 가게 하느냐면서 욕설을 하고, 교감 선생님 뺨을 여러 차례 때렸다. 교감 선생님은 아무런 제지도 하지 못하고 가만히 맞고만 있었다.
-- 왜 맞고만 있었나.
▲ 경찰도 똑같은 질문을 했다. 현행법상 아이의 손목을 잡으면 아동학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나중에는 무혐의로 나오게 된다. 문제는 그 조사 과정이 힘들다는 것이다. 경찰, 교육청, 지자체 등 여기저기에 끌려가서 범죄자처럼 수사와 조사를 받아야 한다. 그러니 그냥 참는 게 낫다고 생각하게 된다.
-- 문제 행동을 하는 아이를 그냥 두면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데.
▲ 그래서 교사 출신의 백승아 의원이 법안을 내놨다. 그런 경우에는 선생님아 아이를 제지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그냥 두면 다른 아이를 때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교육부가 내려보낸 생활지도 고시는 아이를 제지하고 분리할 수 있게 돼 있지만 법적 효력은 없다. 그래서 법안을 만든 것인데, 학생 인권을 주장하는 쪽은 이 법안이 악용될 소지가 있다면서 반대했다.
-- 어떤 단체가 반대하나,
▲ 학생 인권법에 찬성하는 민변이나 인권센터, 일부 학부모 단체와 학생 단체들이다. 얼마 전에 국가인권위가 주최한 간담회에 우리 연맹의 다른 정책실장과 함께 다녀왔다. 인권위는 수업을 방해하는 학생에 대한 분리 지도라는 용어가 낙인 효과가 있다면서 인권 친화적 용어를 쓰라고 권장했다.
-- 분리 지도를 어떤 용어로 바꾸라는 것인가.
▲ 잘못의 뜻이 없는 개별적 교육지도 같은 용어를 쓰라는 것이다. 분리 지도라는 용어는 아이의 자존심을 상하게 하고, 아이의 기분을 나쁘게 하기 때문에 학생의 인권을 침해한다고 한다.
-- 국가인권위는 수업을 방해하는 문제 학생을 일시적으로 분리하는 것에는 찬성하나.
▲ 남용될 우려가 크다는 입장인 듯하다. 인권위는 문제 행동을 일으키는 아이를 제지하고 분리하지 않으면 다른 학생들의 인권이 침해된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고 본다.
-- 외국에서는 어떻게 하나.
▲ 미국에서도 학생이 선생님을 폭행하는 등 수업을 방해하는 경우가 있다. 우리나라와 다른 것은 경찰이 출동해 아이가 10살이어도 제지하고 끌고 간다는 점이다.
2017년 8월 부안의 송경진 교사 사망사건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단체들
2017년 8월31일 오후 전북 교육청 앞에서 전국학부모교육시민단체연합 회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부안 상서중학교 송경진 교사의 사망에 대한 진상 규명을 요구하고 있다. 송 교사는 같은 해 4월 학생을 성추행한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았고, 그 결과 무혐의 처분이 나왔다. 그렇지만 전북 교육청 산하 인권센터는 학생 진술 등을 토대로 추가 조사를 벌였다. 이후 송 ...-- 2017년 전북 부안의 중학교에서 일어난 송경진 선생님의 극단적 선택 사건도 인권센터와 관련됐다고 하던데.
▲ 당시 반 아이들은 다른 이유로 송 선생님께 불만이 있었다. 어느 날 송 선생님은 수업 시간에 다리를 떨고 있는 한 여학생한테 가서 무릎을 탁 치면서 "복 나간다. 떨지 말라"고 했다. 송 선생님은 곧바로 성추행 혐의로 신고당했다.
--무릎을 탁 친 것 때문에 성추행으로 신고됐다는 것인가
▲ 반 학생들은 선생님이 여학생 허벅지를 만지는 것을 봤다고 진술했다. 이들 학생은 2차 진술에서는 원래의 진술을 바꿨다. 경찰은 송 선생님에게 혐의가 없는 것으로 처리했다. 그러나 전북 교육청 산하 인권센터는 다른 판단을 했다. 무릎을 친 것은 맞으니 조사를 해야 한다고 했다. 인권센터 조사에서 송 선생님은 범죄자 취급을 받았다고 한다. 선생님은 이 조사를 받으면서 누명이 벗겨지지 않았다는 생각에 좌절한 나머지 극단적 선택을 했다.
-- 유족들은 현재 어떤 입장인가.
▲ 관련자들의 진정한 사과 등을 요구하고 있다.
소중한 딸을 잃은 아버지의 눈물
2023년 12월15일 서울시교육청에서 올해 1월 사망한 상명대 부속 초등학교 기간제 교사의 아버지가 발언을 하던 중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사진] -- 승산이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소송을 제기하는 학부모도 있다고 하던데.
▲ 작년 초 광주광역시에서 있었던 일이다. 초등학교 교실에서 아이 2명이 소리를 지르고 멱살을 잡으면서 싸웠다. 말로는 해결이 안 되니 선생님이 제지하려 했다. 그 순간 선생님은 아이들을 뜯어말리면 아동학대로 신고당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싸우는 학생 중 한쪽의 엄마가 평소에 민원을 많이 제기하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선생님은 뒤에 있던 책상을 넘어트렸고 꽝 소리가 났다. 책상이 넘어진 방향은 아이들이 없는 쪽이었다.
-- 책상을 왜 넘어트렸나.
▲ 싸우는 아이들의 주의를 끌어서 싸움을 멈추게 할 생각이었다. 결과적으로 선생님이 아동학대로 고소당하고 선생님과 교장선생님은 모두 3천200만원 상당의 소송을 당했다. 학부모는 선생님이 아이에게 공포심을 심어주고 트라우마를 남겼다고 했다. 또 선생님이 아이들의 싸움을 말리고 훈계했는데, 그것이 과도했다고 주장했다. 해당 학급의 다른 학생들과 학부모들은 "적극적인 훈육을 하다 벌어진 일"이라며 선생님을 돕는 탄원서를 제출했다.
-- 결과는 어떻게 됐나.
▲ 이 고소는 광주지검과 광주고검에서 각각 무혐의 처분이 나왔다. 학부모는 검찰의 판단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면서 광주고법에 검찰의 판단 결과가 옳은지 가려달라는 재정신청을 냈다. 법원 재판부는 3개월간 검토한 끝에 검찰의 판단이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민사 소송도 기각됐다.
동료 교사를 잃은 슬픔
전국초등교사노조 조합원을 비롯한 초등학교 교사들이 2023년 7월 20일 오후 서울시 교육청 앞에 열린 서이초 선생님 추모 기자회견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사진]-- 어떤 학부모들은 교사들에게 막말과 협박을 서슴지 않는다고 하던데.
▲ 작년 7월 말에는 강남·서초 지역의 한 초등학교 단톡방에서 학부모들이 막말한 것이 드러났다. 학부모들은 단톡방에서 "멱살 한 번 제대로 잡혀야 정신 차릴 듯", "아빠들 나서기 전에 해결하세요. 점잖은 아빠들 나서면 끝장 보는 사람들이에요. 괜히 사회에서 난다 긴다는 소리 듣는 것 아니에요" 등을 언급했다. 특정 교사에 대해서는 "몸이 안 좋아졌나 봐요. 부검해야 할 텐데", "미친 여자", "동대문에서 장사하시다 왔나" 등의 발언도 했다고 한다.
-- 대한민국에서 난다 긴다 하는 직업은 뭔가.
▲ 그 직업이 뭔지는 모르겠다. 부검하겠다는 말은 상황에 따라서는 죽이겠다는 협박이 될 수도 있다.
-- 학부모 민원 중에는 선생님에게 교실 현관문 앞까지 아이를 마중 나오라는 내용도 있는데, 왜 그런 요구를 하나.
▲ 저학년 아이를 현관문에서 반갑게 맞아달라는 것이다. 초등학교 선생님은 출근하면 교실에서 여러 가지 수업 준비를 해야 하는데, 이런 민원을 하는 것은 자기 아이만 배려해달라는 이기주의적 생각이다.
-- "선생님도 애 낳아보면 알 거예요"라는 말을 하는 학부모도 있다고 하던데.
▲ 애를 안 낳아본 여자가 아이에 대해 뭘 알겠느냐면서 얕잡아보는 것이다. 젊은 여선생님들은 종종 이런 말을 듣는다. 아주 은근하게 이런 이야기를 하는 학부모도 있다.
연합뉴스와 인터뷰 중인 윤미숙 교사노조연맹 부위원장
[촬영 김연수]-- 최근 6년간 극단적 선택을 한 교사가 100여명이라고 하던데, 사실인가.
▲ 그런 통계가 있다. 이중 초등교사가 상대적으로 많다. 그런데 개인적 우울증인지, 교직으로 인한 것인지는 구분되지 않는다. 다만, 교사의 극단적 선택 비율이 일반인보다 높다고 한다.
-- 교사들이 단명한다고 하는데 사실인가.
▲ 교사 사이에 그런 말이 있다. 교직 생활 내내 연금을 부었는데, 그걸 받지 못하고 죽는다고 한다. 워낙 스트레스가 많고, 일이 어렵기 때문에 그럴 수 있다.
-- 후배 교사들에게 전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 일이 생기면 혼자 해결하려 하지 말고,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 나 개인만의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문제를 털어놓고 도움을 요청하기를 바란다. 그게 연대의 힘이고 우리 노조가 해야 할 일이다.
keunyou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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