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보의들은 자신들이 응급실에 파견된다고 해서 진료 가능 병원을 찾아 돌아다니는 이른바 뺑뺑이가 해결되긴 어렵다고 입을 모른다. 응급실에 배치된 공보의가 환자를 나서서 받을 만한 상황이 아니기 때문이다. A씨는 "공보의, 군의관에게 어떤 업무가 맡겨질진 모르겠으나 적극적인 진료 업무가 주어진다면 간호사, 전문의 선생님들로부터 왜 이런 환자를 받았냐며 눈총을 맞을 수도 있다"며 "어떤 공보의가 낯선 병원에서 책임을 무릅쓰고 환자를 받겠냐"고 반문했다.
무엇보다 공보의가 전문의 인력을 대신하기 힘들다는 지적이 높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의과 공보의 중 일반의와 인턴 비중은 71%인 반면 전문의는 29%에 불과하다. 이성환 대한공중보건의사협회 회장은 "공보의 대부분이 의대를 갓 졸업하거나 인턴을 마친 이들로 전문의를 대체할 수 없다"며 "하물며 전문의 자격이 있는 이들도 응급의학과와 관련이 없는 타과가 많아 응급 환자에 대한 진단을 내리기 버겁다"고 잘라 말했다.
공보의들은 혹시 모를 의료 과실을 걱정하기도 한다. 공보의 B씨는 "서울 한 대학병원 응급실에서 근무한 적이 있었는데, 교수님들이 소송에 걸리는 건 다반사였다"며 "공무원 신분에 문제가 생길까 스트레스가 더욱 클 것"이라고 난색을 표했다. 다른 공보의 C씨도 "지금은 드레싱(상처 치료)이나 피 뽑기 같은 일을 하는데, 응급실에선 전문의 3명이서 하는 기도삽관이나 정맥 잡기 등을 시키는 건 아닐지, 혹시 사고가 나진 않을지 무섭다"고 토로했다.
현장에서 고군분투하는 의료진 역시 파견 효과에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다. 현재 응급실에서 근무하는 응급의학과 교수 이형민 대한응급의학의사회장은 "전공의, 전문의가 일을 100% 했다고 치면, 공보의들은 1~2%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파견기간이 제각각이고 일주일에 불과하기도 하다"며 "전문성과 경험이 부족한 공보의를 응급실 현장에 넣는 건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오히려 군의관과 공보의가 빠진 군부대와 의료취약지의 의료 공백만 커지는 역효과가 예상된다. 공보의는 의료 취약지 보건지소 등에서 3년간 예방 접종을 비롯해 진단, 진료 업무를 한다. A씨는 "대학 병원 투입 후 보건지소 1곳을 담당하던 공보의가 최대 5곳을 담당하는 사례도 있다"며 "마을 5곳을 맡으면 시골길을 수십 분 운전해서 이동하고 1,000명 넘는 환자가 늘어나는데 의료 질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당장 다음 달부터 독감 접종이 있는데 환자들의 경과를 잘 지켜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장기적으로 지역 의료 공백이 더욱 악화할 거란 주장도 나온다. 이성환 회장은 "안 그래도 공보의 대신 현역 입대를 택하는 이들이 2017년부터 5년간 4배가량 늘었다"며 "3년 복무하는 공보의가 현역병보다 더 오랜 시간 커리어가 끊겨 숫자 자체가 줄고 있는데 이런 상황까지 반복되면 지원율이 줄고 결과적으로 지역 의료에 타격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서현정 기자 hyunj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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