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尹 "이제 정치하는 대통령 되겠다"…그앞에 쌓인 난제

2024-04-22 08:2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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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통치 스타일 바꾸고
일정·메시지·말도 줄이겠다”
여야와의 관계 재설정 등 숙제

윤석열 대통령./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참모들에게 “이제 ‘정치하는 대통령’이 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21일 알려졌다. 지난 19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통화한 직후 대통령실 비서실장·안보실장·정책실장 등을 모아 놓고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윤 대통령은 이날 이 대표와 한 통화에서 ‘용산 회동’을 제안했다. 그 직후 나온 윤 대통령의 ‘정치하는 대통령’ 언급을 두고 여당의 4·10 총선 참패를 계기로 통치 스타일에 변화를 가져오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윤 대통령은 참모들에게 총선 결과에 대한 소회와 앞으로의 각오를 밝히면서 “그동안 나름 열심히 하겠다는 각오로 현장을 뛰어다녔는데 기대에 못 미쳤다. 스타일을 많이 바꿔야겠다”면서 “일정과 메시지, 말도 줄이겠다”고 했다고 한다. 윤 대통령은 그러면서 “국민께 친근하게 다가가는 대통령이 돼야겠다”고도 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총선 결과에 나타난 민심을 받들고 본인 의도와 달리 ‘독선’ ‘불통’ 이미지가 고착화했다면 이를 벗겨내겠다는 뜻 같다”고 했다. 다른 대통령실 관계자는 “대통령은 ‘최고 정치 지도자’란 점에 대한 각성이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

그러나 윤 대통령 앞에 놓인 정치적 과제는 만만치 않다. 우선 이번 주 윤 대통령과 만나는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민생 의제라며 전 국민 지원금 25만원을 대화 테이블에 올리겠다는 입장이다. 대통령과 정부가 수용하기 어려운 사안이다. 윤 대통령은 최근 국민의힘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과 비대위원들을 용산 대통령실로 초청했지만, 한 전 위원장은 건강상 이유로 참석이 어렵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의 정치 복원을 위한 후속 작업에 들어갔다. 우선 정치권 일각에서 “과도하다”는 지적이 제기된 현장 방문 일정을 줄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또 여당은 물론 야당 의원과의 접촉을 강화하는 방안 마련에 나섰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대통령 발언이나 메시지도 줄이되 꼭 해야 할 발언이라면 국민이 거부감을 갖지 않도록 간결하게 하면서 순화할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이 작년 각종 기념사 등에서 언급한 ‘공산 전체주의’ 등 이념 과잉형 표현 등을 지양하겠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지난 대선 때 윤 대통령 선거대책위원장을 한때 맡았던 김종인 전 의원은 “(윤 대통령이) 장족의 발전을 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윤 대통령이 이미 ‘정치하는 대통령’으로 변신에 나선 징후도 엿보인다. 이재명 대표와의 통화가 한 예라고 대통령실 관계자는 설명했다. 애초 대통령실 참모들은 총선 이튿날인 지난 11일 이 대표와 통화할 것을 건의했다고 한다. 윤 대통령은 그 뒤로 일주일여 가타부타 답이 없었는데 4·19 묘지 참배 후 이 대표와 통화 조율을 지시했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이 그동안 ‘불퇴전(不退轉)’ 자세로 일관했던 의대 증원 문제에서, 국립대 총장들의 ‘정원의 50~100% 범위 자율 모집’ 건의를 수용한 것도 여권에선 주목하고 있다.

윤 대통령이 최근 한 행사 관련 연설문 초안을 보고받고 수정을 지시한 것도 대통령실에선 예사롭지 않게 보고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부처에서 올라온 연설문 초안에 전문 용어가 많이 담겨 있자 대통령이 ‘국민이 이해할 수 있게 다시 쓰라’며 돌려보냈다”며 “평소 ‘퀀텀(양자)’ 같은 전문 용어를 쓰는 데도 큰 거부감이 없었던 윤 대통령이 이번엔 국민 눈높이를 강조했다”고 전했다.

정치권에선 윤 대통령의 국정 기조 자체보다는 경직된 스타일이나 과도한 자기중심적 메시지가 문제라는 지적이 많았다. 윤 대통령은 1년 반 전 출근길 약식 기자회견(도어스테핑)을 중단한 뒤 국무회의 등 자기가 주재하는 각종 회의 자리를 통해 국정 구상을 밝혀왔다. 올해 들어선 시민들이 참여하는 현장 민생 토론회를 24차례 주재했다. 여권 관계자는 “대통령은 국민을 직접 설득하겠다는 생각이었겠지만 비타협적 ‘독백’이나 일방적인 ‘정책 홍보 쇼’로 비치면서 대중에게 스며들지 못한 측면이 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이 51분간 의사 증원의 당위성을 강조한 지난 1일 대국민 담화나, ‘성과 홍보 후 반성’이란 비판이 나온 지난 16일 국무회의 발언을 두고도 비슷한 지적이 제기됐었다.

‘정치하는 대통령이 되겠다’는 윤 대통령 언급을 두고 여권에선 “만시지탄(晩時之嘆)”이란 반응도 나온다. 또 윤 대통령의 변화 의지는 야당은 물론 여당 내 비주류 인사들과 대화에 나설지를 지켜봐야 판가름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윤 대통령은 그동안 이재명 대표는 물론 작년 3월 국민의힘 당대표 선출 전당대회를 앞두고 친윤 그룹과 충돌한 나경원 전 의원, 대선 후보 단일화 상대였던 안철수 의원, 대선 후보 경선 때 경쟁했던 유승민 전 의원 등 여권 비주류 인사들과는 취임 후 한 차례도 회동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 김종인 전 의원은 19일 CBS 라디오에 나와 “윤 대통령이 지금까지와 같은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면서 “이번에 결심했으니까 약간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겠느냐”고 했다.

이런 가운데 윤 대통령은 주말에도 후임 비서실장 인선 문제를 두고 장고를 이어 갔다. 윤 대통령은 국회부의장을 지낸 충청 출신 정진석(64) 의원, 전남 순천 지역구에서 두 번 당선된 이정현(66) 전 새누리당 대표 등을 유력 후보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은 총리 후보로도 거론된다. 현 정부서 국토교통부 장관을 지낸 원희룡(60) 전 의원, 대통령 당선인 시절 비서실장을 지낸 장제원(57) 의원을 비서실장으로 추천하는 사람도 적잖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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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운 기자 code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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