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떠난 전공의들 돌아오지 않을 것" 사직 교수 정부에 직언

2024-03-23 19:02:20


“의료전달체계 개선 선행되지 않으면 의대 증원 허상”

“병원을 이탈한 전공의들은 돌아오지 않을 겁니다. 정부가 필수의료를 어떻게 대하는 지, 정부의 시각을 알게 됐으니까요.”

배장환 충북대의대 교수는 23일 세계일보와의 전화인터뷰에서 이같이 단언했다.

배 교수는 전날 20년간 근무한 충북대병원에 사직서를 제출했다. 그는 사직원에서 “정부가 정치적 이득을 위해 필수·지방의료에 헌신한 의사들을 ‘파렴치한’으로 몰고 있다”며 “의료진의 자존심을 꺾고 있고 이를 정치적인 이득에 사용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충북대 의대는 2025학년도 의대 정원이 기존 49명에서 200명으로 전국 40개 의대 중 가장 많이 늘었다. 반면 수련할 수 있는 병원의 병상 수는 같은 정원이 배정된 충남대의대 등 다른 지역거점국립대의대 병원 병상수에 비해 절반 이상 적다.

배 교수는 “지금 시점에서는 정부가 의대 증원을 포기하고 의료계와 신뢰회복에 나선다고 하더라도 수련을 포기하고, 병원을 이탈한 전공의는 안돌아올 것”이라며 “정부가 대화가 아닌 ‘명령’과 ‘제한’으로 의대 증원을 강행하는 현실을 보며 의료계를 어떻게 대하는지, 필수의료에 대해 어떤 시각을 갖고 있는지 알게됐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런 상황이라면 내년 2월엔 전문의도 수련을 포기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그만큼 의료계와 정부 간 신뢰는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는 것이 배 교수의 설명이다.

배 교수는 지역에서 의대를 나와 모교병원에서 20년간 근무했다. 청주에서 중·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충북대 의대에 진학, 같은 대학에서 인턴과 내과 전공의를 밟은 지역 인재이다. 국제협력의사로 페루에서 근무한 후 서울대병원에서 2년간 전임의, 경희대병원서 교수 생활을 하다가 2005년 모교 병원으로 돌아왔다.

심장내과 전문의인 배 교수는 24시간 대기가 일상이라고 했다.

배 교수는 “충북대병원에 심장내과 중재술 교수가 4명이니까 평균 90일 정도 당직을 한다”며 “그러나 전공의가 떠난 현재는 교수들이 일주일에 두 번씩 병원에서 자면서 당직을 선다. 일반 회사에선 당직을 서면 다음 날 하루를 쉬지만, 병원의 당직 체계는 하루를 새도 다음날 일상근무한다. 이틀동안 40시간 가까이 일을 한다”고 설명했다.

배 교수는 “우리(의사)에게 주어진 사명은 중증심장질환자를 제대로 응급치료해 잘 살려서 가족품으로 돌아가게 만드는 것이 제일 먼저이고, 두 번째로는 지역에서 근무할 수 있는 필수인력인 의사인 의과대학생 전공의를 교육해서 내보내는 것인데 이 두가지가 산산조각 났다”고 토로했다.

그는 “의대생들이 정부의 조치가 옳지 못하다고 생각해 수업 거부를 하고, 전공의들은 병원을 떠났다”며 “이렇게 되면 상급종합병원, 수련병원에 있는 의사들은 한가지 역할도 못한다”며 “의대 교수들 혼자 중요한 치료를 할 수 없다. 전문의, 전공의, 간호사로 이뤄진 유기체가 한 번에 잘 작동돼야 치료를 제대로 할 수 있는데 그렇지 못하면 중증환자 치료는 어려워진다. 학생과 전공의가 없는 교수는 의미가 없다”고 했다.

그가 전날 사직을 낸 이유이기도 하다. 배 교수는 사직으로 ‘내몰렸다’고 했다.

배 교수는 “상급종합병원이 중증환자를 보는 이 체계가 지속적으로 가능하냐, 전공의가 없으면 가능하지 않다. 교수들이 이미 지쳐가고 있다.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정부의 의대 증원과 필수의료패키지의 전체적인 방향성엔 동의한다고 했다. 그러나 방법론은 틀렸다고 항변했다.

배 교수는 “필수의료와 지역의료를 강화한다는 목적엔 동의한다”면서도 “의사 수급을 늘리려면, 그동안 의사 수급이 적절했는지, 어느 정도 의사가 부족한 지에 대한 연구가 선행된 후 증원 수가 나와야 하는데, 한 달전만 해도 없던 숫자인 2000명이 갑자기 뚝 떨어졌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의사 1명이 사회에서 제 역할을 하려면 최소한 10년 정도의 자원을 투자해야 한다. 그만큼 사회적 비용이 굉장히 많이 든다”며 “그러나 충분한 논의와 소통없이 국민들이 원한다는 명분 아래 정책을 강행했다. 이건 누가봐도 총선 이용 카드”라며 정부를 직격했다.

배 교수는 ‘의료전달체계’ 개선이 먼저라고 역설했다.

그는 “필수의료와 지역의료 강화 대책 마련에 앞서 의료계가 지난 30년 넘게 목소리를 내 온 의료전달체계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고 했다.

배 교수는 “감기같은 염증 질환으로 종합병원을 찾아가는 국가는 한국 밖에 없다”며 “이렇다보니 중증질환에 투입돼야 할 의사들이 상대적으로 부족하게 된다. 증원에 앞서 턱없이 낮은 의료 수가 문제, 이런 구조적 문제를 먼저 깨뜨리는 게 정부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얼마 전 국무총리가 경증환자는 상급병원이나 응급실 이용을 자제해달라고 했는데, 이 얘기가 의료계가 30년동안 주창해온 의료전달체계 개선 내용”이라며 “경증 환자는 2차병원이나 의원급에서 진료를 보고, 중증은 상급병원에서 보는 게 맞다”면서 “이런 구조가 만들어지지 않으면 유한한 의료자원은 굉장히 빨리 소진되게 된다. 이런 걸 먼저 개선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역의료, 필수의료가 제대로 서지 않는 것을 마치 의사들이 필수의료와 지방의료를 회피하고 돈에 눈이 멀어서 미용과 성형에만 집중해서 그런 것이라고 호도하는데 의사들의 근무 환경, 처우 등이 개선되지 않으면 증원을 해도 지역의료, 필수의료로 가려는 의사들은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배 교수는 간호사들의 이직률이 높은 것 역시 같은 맥락이라고 했다. 그는 “그간 정부는 국내 간호사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08년부터 꾸준히 간호대 입학정원을 늘려왔는데도 여전히 다른 국가에 비해 의료기관에서 근무하는 임상 간호사 수가 부족해 간호 인력을 지속 보충하고 있다”며 “그런데도 실제 인구 1000명당 임상 간호사 수를 살펴봤을 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은 8.4명이지만 한국은 지난해 기준 5.25명에 그치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짚었다.

준비되지 않은 의대 증원은 결국 환자들에게 고스란히 피해가 갈 것이라고 했다.

의사 수에 비례해 의료의 질이 높아지거나 국민 혜택이 높아지는 건 허상일 수 있다고도 경고했다.

배 교수는 “최근 충북 진천에 병원이 늘었는데, 이유는 농공단지가 조성되면서 인구가 늘어서다”며 “의사는 사람이 있어야 오는건데, 사람도 없는데 병원만 세우면 뭐하나, 1년에 수백억을 들여 의사를 계속 공급하지만 사람이 없다. 혜택을 보는 건 주민이 아닌 의사들일 것”이라고 했다.

배 교수는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정부와 의료계가 소통창구를 만들어 재논의에 들어가야 한다고 했다.

배 교수는 “이번 정부가 필수의료와 지역의료 개혁을 과제로 삼은 건 굉장히 중요한 일”이라면서도 “하루아침에 뚝딱 만들고는 ‘너네는 따라와‘ 이런 식은 맞지 않다”고 비판했다. 그는 그러면서 “정책 과제는 선명해야 하고, 정책 진행은 투명해야 한다. 논의와 소통이 중요하다. 소통을 통해 신뢰를 회복한 후 필수의료와 지역의료 개혁 과제를 다시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전강은선 기자 groov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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