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2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건강하고 행복한 노후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 사후 브리핑을 하기 앞서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2024.3.21/뉴스1 ⓒ News1 허경 기자
정부도 나름의 대책을 내놓고 있다. 비상진료체계 강화를 위해 25일부터 약 60개 의료기관에 군의관 100명과 공중보건의사 100명 등 총 200명을 추가 파견한다. 앞서 투입한 213명까지 합치면 총 413명이다.
또한 필수의료 분야 진료 공백 최소화를 위해 시니어 의사 활용 지원방안도 논의됐다. 정부는 의료기관이 시니어 의사를 신규 채용하고, 퇴직예정 의사의 경우 채용을 계속 유지될 수 있도록 지원을 강화해나갈 계획이다.
하지만 이 같은 정부의 대응책에 현장 의료진 반응은 냉랭하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병원마다 시스템이 다르다 보니 수련 받았던 병원 체계와 차이가 크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심지어 같은 의료원이어도 분원끼리 처방 전자 시스템이 다른데 트레이닝만 적어도 열흘은 걸릴 것"이라며 "게다가 빠진 전공의만 1만 명인데 413명을 투입한다고 뭐가 달라지겠느냐"고 반문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정부의 긴급한 대책이 현장에 도움이 됐다면 교수들이 사직이 아니라 순직하겠다며 울부짖느냐"면서 "정말 환자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그때도 이런 한심스러운 대책을 늘어놓을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에 더해 개원의가 수련병원에서도 진료를 볼 수 있도록 하고, 현재 병원 내에서만 사용 가능한 전자의무기록(EMR)을 병원 밖에서도 사용할 수 있도록 한시적으로 허용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의료계는 도움이 되지 않는 방안이라고 입을 모은다.
한 개원의는 "지금 전공의가 없어서 문제인 건데 개원의가 종합병원에 가면 무슨 일을 하겠나. 전공의 일하라는것 아니냐"라며 "재택근무를 할 수 있게 하는 것도 재택근무하다 환자가 안 좋아지면 의사가 책임질 게 뻔한데 말도 안 되는 대책"이라고 비판했다.
지방의 한 필수의료과 교수는 "지금 상급종합병원이 무너지면서 2차병원 등 개원가가 미어터지고 있는데 대체 누구를 데리고 와서 일을 시키겠다는 건지, 어떤 일을 시키겠다는 건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개원가에서도 필수의료를 하는 의사는 부족하고, 이들을 오게 해서 암 수술을 하고 고위험 환자를 치료하게 하겠다는 게 말이 되나. 아무 의미 없는 얘기"라고 말했다.
환자들도 상황이 조금도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자 정부와 의료계에 대화를 요구하고 있다.
김성주 한국중증질환연합회 대표는 "정부와 의료계 모두 환자들에게 죄송하다고 하지만 결국 의료계는 의료 현장을 떠난다는 협박만 하고 정부는 원칙만 내세우며 강압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는 게 문제"라며 "이들의 치킨게임에 결국 환자들만 고통과 희생을 감내하고 있고 헌신짝처럼 버려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환자들은 이런 시국에도 실효적인 대책을 준비하지 않는 국가에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정부는 의료계에 모든 책임을 떠넘기고 국가의 책무를 망각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정부가 환자를 볼모잡는 것은 의료계와 별반 다르지 않다. 이젠 정부와 의료계, 환자들이 자리를 마련해 이야기를 하고 실질적인 해법에 대해 모색해 나가야 할 때"라고 했다.
sssunhu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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