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 년 동안 한국의 이사회란 게 뭐였나.총수 한 명이 말하면 다 끝나는 곳,말은 '이사회'인데 실상은 '회장 전용 사인회'였지 않나.그 테이블엔 국민도, 주주도, 감시도 없었다.감사위원이라는 것도 그냥 그룹 사무실 옆방에서 커피 마시던 사람 데려다 앉히고,문서 몇 장 보고 “적정” 찍는 쇼에 불과했다.그 안에서 결정된 투자, 자회사 인수, 임원 보수, 고액 퇴직금...그 모든 게 공개는 되어 있었지만 통제는 안 되는 구조였던 거다.그런데 이젠 아니다.이사들이 이제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누구의? 바로 우리 주주의 눈치를.대주주 의결권이 제한되고, 감사위원을 따로 뽑게 되며,국민연금이 강하게 반대하면 의사결정이 꺾일 수 있는 구조.그 변화가 상법개정에 담겼고, 그 조문 하나가대한민국 이사회의 공기를 바꿔버렸다.이게 왜 대단하냐고?눈치라는 건 권력의 반영이다.이사들이 주주 눈치를 본다는 건,이제 주주가 실질적인 권력자가 되기 시작했다는 뜻이다.말로만 '주주는 회사의 주인'이었던 시대는 끝났고,이제는 진짜로 그 말이 법과 회의실에 반영되는 시대가 열린 거다.물론, 아쉬운 건 있다.나는 이 개정안에 자사주 소각 의무가 들어가길 진심으로 바랐다.기업이 자사주를 사들여놓고 그걸 소각하지 않으면,결국 경영권 방패로 쓰일 뿐이다.주주에게 돌아올 가치도 없고, 시장 전체에 흘러갈 수익도 없다.자사주 소각은 진정한 의미에서 총주주수익률(TSR)을 높이는 마지막 퍼즐인데,이번 개정안에는 빠져버렸다.속이 아렸다.하지만 나는 믿는다.그 조항도 언젠가 들어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다른 법에라도, 아니면 상법의 판례들로서.왜냐면, 이사들이 주주 눈치를 보기 시작한 이상,그 다음 수순은 주주가 요구하는 제도가 법으로 반영되는 시대이기 때문이다.그 출발선에 지금 우리가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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