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시장 장악해 온 중국 기업들 ‘위기’
한국 배터리 기업들 반사이익 얻을 전망
내년부터 미국으로 수입되는 중국산 배터리에 최대 38%의 관세가 붙으면 미국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급격히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대신 중국이 장악해 온 미국 ESS 시장에서 국내 배터리 기업들이 반사이익을 얻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7일 산업계에 따르면 미국은 내년부터 ESS용을 포함한 중국산 리튬이온 배터리에 최대 38.4%의 관세를 부과할 예정이다. 이는 기존에 예고했던 대중국 관세 인상과 추가 관세가 더해진 결과다. 지난해 5월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7.5%인 비(非) 전기차용 리튬이온 배터리에 대한 대중국 관세를 내년부터 25%로 인상하겠다고 발표했다. 여기에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지난 4일 중국산 전 품목에 대해 10%의 추가 관세 부과를 결정하면서 리튬이온 배터리 관세는 일반 관세 3.4%를 더해 최대 38.4%까지 오를 예정이다.
미국 인구조사국에 따르면 2023년 미국의 중국산 리튬이온 배터리 수입액은 131억 달러(약 18조9059억원)에 달한다. 이는 2023년 미국 전체 리튬이온 배터리 수입액의 70% 수준이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크게 전기차용과 ESS용으로 나뉘는데, ESS에는 수명이 길고 안정적인 리튬인산철(LFP) 배터리가 주로 쓰인다. 업계에서는 중국이 값싼 LFP 배터리를 내세워 미국 ESS 시장의 8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고 추정하고 있다.
국내 배터리 업계는 이 같은 상황을 기회로 보고 선제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미 지난해 11월 미국에서 2조원 규모의 ESS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달 24일 컨퍼런스콜에서도 “ESS 북미 현지 수요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자 LFP 현지 생산은 당초 내년으로 계획했다가 올해 상반기로 앞당겨 생산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SDI는 미국 내 ESS의 중장기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북미 생산 거점을 검토하고 전기차용 배터리 공정 설비를 ESS용으로 전환해 생산 능력 증산을 추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