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매도 물량이 급증한 시기는 공교롭게도 신한투자증권이 ‘보릿고개 지나 꽃길 진입’이라는 제목의 LG디스플레이 ‘매수 의견’ 리포트를 발표한 직후부터다. 당시 발표한 보고서에는 체질 개선 성과 및 고객사 내 점유율 확대를 통해 주가 상승 전환기를 맞이하고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해당 보고서에서 신한투자증권은 LG디스플레이 대한 투자의견 ‘매수’와 목표가 1만5000원을 제시했다. 14일 종가 기준 LG디스플레이 종가는 9900원으로 목표가와의 괴리율은 50%가 넘는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 5일부터 13일까지 7거래일 연속 하락 마감을 기록했다.
신한투자증권이 ‘매수 의견’ 리포트를 발표한 이후 신한투자증권 계좌에서 관련 주식 매물이 쏟아진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8월 29일 신한투자증권이 ‘이 길이 맞았다’라는 제목의 현대자동차 관련 ‘매수 의견’ 리포트를 발표한 당일 신한투자증권 계좌에서 현대차 주식 6만1585주가 순매도 물량으로 나왔다. 당시 종가 기준 159억1972만원의 규모다.
지난 9월 6일에는 바이오 제약회사 파마리서치에 대해 ‘그림이 더 예뻐졌습니다’라는 제목의 ‘매수 의견’ 리포트를 발행한 뒤 이날 곧바로 신한투자증권 계좌에서 6만7740주에 달하는 순매도 물량이 등장했다. 이날 종가 기준 순매도액은 126억원에 달했다.
‘매수 의견’ 리포트 직후 신한투자증권 계좌에서 매도 물량이 반복적으로 발생하자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사실상 투자자들을 기만한 것과 다름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 소액주주는 “증권사가 기업 주식의 매수 리포트를 낸 직후 해당 증권사 계좌에서 해당 기업 주식의 매도 물량이 쏟아내는 행위가 반복되니 금융소비자 입장에서 여러 가지 의심을 할 수밖에 없다”며 “사실상 소액주주를 기만하는 행위나 다름없는 사안이 반복적으로 터져나오는데도 불구하고 그룹 차원에서 이렇다 할 조치가 없는 점은 상당히 아쉽다”고 비판했다.
전문가들 역시 신한투자증권의 ‘말 따로 행동 따로 행동’에 대해 충분히 의심을 살 만한 사안이라고 입을 모았다. 조연행 금융소비자연맹 대표는 "매수 리포트를 발표하자마자 매도 물량을 대거 내놓은 것은 투자자들로 하여금 증권사의 신뢰도를 크게 떨어뜨릴 수 있다"며 "특히나 신한투자증권은 지주회사로 금융그룹을 두고 있어 고객 신뢰도 하락이 금융 그룹 전반으로 퍼질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