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인 김어준 씨는 국회에서 ‘한동훈 암살설’과 ‘북한 소행으로 위장’, ‘미국을 끌어들이기 위한 미군 사살’ 시도 등을 터뜨렸다. 국내 대사관이 있는 우방국에서 제보받았다고 했다. 이런 수준의 첩보를 다룰 수 있는 우방국은 미국 정도다. 그러나 미국 측과 수시 접촉하며 오랫동안 정보 교환을 해온 관계자들은 모두 “나도 모르는 민감한 내용을 어떻게 야당 정치인이나 방송인이 먼저 알겠느냐”며 고개를 내젓는다. 워싱턴의 한 인사는 “미국은 첩보를 다루는 데 매우 엄격하다”며 “상황 발생 며칠 만에 저런 정보가 외부로 유출되면 최소 징역 25년 형을 받는다”고 했다.
12·3 계엄 사태 이후 믿기 어려운 주장과 제보들이 쏟아지고 있다. 설마 했던 내용 일부를 뒷받침하는 진술들이 나오고 있어서 최종 수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진위를 단정하기는 어렵다. 그렇다고 해도 확인되지 않은 정보를 타국 정부에서 받았다는 식으로 포장해 사실인 것처럼 퍼뜨리는 것은 외교 관계에까지 영향을 줄 수 있는 일이다. 첨단 도감청 기술과 첩보 역량을 갖춘 선진국의 신뢰도를 허위정보에 덧입혀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의도가 일부라도 있다면 더더욱 경계해야 할 일이다.
‘한국판 큐어논’의 음모론 경계해야
진짜와 교묘하게 섞인 가짜는 구분해 내기가 쉽지 않다. 이런 허위정보가 반복적으로 퍼지면 확증편향을 낳고, 음험한 음모론에 씨를 뿌려 불신과 불안, 혼란을 부추긴다. 내년 조기 대선을 치러야 할지도 모르는 한국 사회에서는 특히나 이념적, 정치적 양극화가 심화할 가능성이 크다. 계엄령만큼이나, 어쩌면 계엄보다 더 위험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