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탈은 속을 알 수 없는 20대 여자였다. 그리고 얼굴보다 더, 그의 몸은 17세와 24세가 원하는 모든 것을 가졌다. 크리스탈의 골격은 아직 덜 자란 아이처럼 가늘지만 이미 키는 언니 제시카와 비슷할 만큼 자랐고, 옷 사이로 살짝 나온 복근의 선은 육상선수의 탄탄함을 연상시킨다. 크리스탈은 그 몸으로 출발 드림팀에서 가볍게 장애물을 넘고, 어떤 여성 출연자들보다 빠르게 달린다. 모든 17세가 동경하고, 모든 24세가 그리워하는 몸이 크리스탈에게 있다. 같은 그룹 멤버인 설리는 17세 소녀의 화사함을, 앰버는 보이시한 소녀의 판타지를 극대화한다. 그리고 크리스탈은 17세와 24세 어느 쪽에도 규정되지 않은 몸으로 어떤 모습이든 보여줄 수 있는 여성의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f(x)가 탱크 톱에 핫팬츠를 입지 않고도, 또는 큰 막대사탕을 들지 않고도 걸그룹이 표현할 수 있는 여러 이미지를 자연스럽게 보여줄 수 있는 이유다. 물론 몸의 성숙함이나 완성도는 크리스탈의 선배 그룹들의 몸이 더욱 좋을 것이다. 하지만 걸그룹 본연의 의미를 생각한다면 크리스탈은 수많은 엔터테인먼트사들이 그렇게도 원했던 소녀의 몸의 최종 버전일 것이다. 파릇파릇하고 여리여리한데 활기차다니. 나는 이렇게 늙어가는데.
강명석·<10아시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