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작년 제프티 임상은 불허한 이유 궁금
에디터 파파무
발행일 2024년 10월 08일
언론에서 유명한 이재갑 교수(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가 최근 지방자치단체 등을 통해 롱코비드 연구자 임상시험에 참여할 환자 모집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이른바 만성 코로나19 증후군인 롱코비드 치료제 발굴을 위한 이 연구자 임상은 이 교수가 김성한 교수(서울아산병원 감염내과)와 공동으로 진행하고 있다. 이번 임상은 대웅제약의 당뇨약 다이아벡스(메트포르민)와 간기능 보조제인 우루사(우르소데옥시콜산)의 주성분을 투약해 위약군 대비 안전성과 효능을 검증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연구자 임상은 제약사들이 신약 개발을 목표로 하는 의뢰자 임상과 달리 의사 등 연구자들이 연구 목적으로 하는 탐색적 임상으로, 의뢰자 임상에 비해 상대적으로 단기간에 소규모로 진행된다. 이번 연구자 임상은 코로나19 감염 후 30~180일 된 19세 이상 성인을 대상으로 하며, 참여기간은 총 8주(14일간 투약, 8주간 4~5회 병원방문)로 돼 있다.
연구자 임상은 주로 희귀난치성 질환을 대상으로 치료 효과를 검증하기에 의료 및 의학 발전에 꼭 필요한 공익적 성격의 임상이다. 미국에서는 전체 임상의 절반가량을 차지할 정도로 활발하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보건당국의 엄격한 규제 때문인지 전체 임상의 10% 정도에 불과하다. 김성한 이재갑 교수의 롱코비드 연구자 임상에 더욱 눈길이 가는 이유다. 개인적으로는 임상에서 좋은 결과가 나오길 기대하는 마음도 있다.
그런데 롱코비드와 관련해서는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만드는 일이 있다.
2년 전인 2022년 11월 4일 당시 한림대 동탄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이던 우흥정 박사가 현대바이오사이언스의 범용 항바이러스제 제프티로 신청했던 롱코비드 연구자 임상계획을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불허한 바 있다. 당시 식약처는 ‘롱코비드에 대한 제프티의 효력 근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임상계획을 반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탄성심병원과 우흥정 교수
롱코비드의 경우 현재까지 발병 원인조차 밝혀지지 않아 동물을 대상으로 약물의 효력을 입증한 사례도 제대로 없다고 한다. 지금도 그런데 당시에는 어떤 약물도 롱코비드에 대한 약효에 대한 근거를 제시하기 어려웠다. 우 박사는 당시 제프티의 주성분인 니클로사마이드가 범용성 약물이고, 구충제로 안전성이 검증된 약물이라며 제프티의 코로나19 동물실험과 임상 자료를 제출했지만, 식약처란 벽에 막혀 허사로 끝났다. 당시 식약처 결정을 놓고 ‘학문적 목적의 연구자 임상까지 불허한 것은 지나친 처사’라는 말이 많았다.
그렇다면 대웅제약의 다이아벡스와 우루사 성분이 어떻게 롱코비드 치료에 희망을 준다는 것일까? 다이아벡스는 당뇨병용제로, 우루사는 간기능 개선 보조제로 쓰이고 있다. 두 약물의 효능을 보면 일단 코로나19와는 무관해 보인다. 식약처가 어떤 근거를 토대로 김성한 이재갑 교수의 연구자 임상계획을 승인했는지 궁금해진다. 누구든 수긍할 만한 명쾌한 근거가 제시되지 못한다면 식약처가 연구자 임상계획 승인을 놓고 ‘이중잣대’를 들이댄다는 의심을 살 수 있다. 제프티의 경우 롱코비드 연구로 유명한 미국 캘리포니아 샌디에고대학이 연구자 임상을 하기로 한 터라 식약처가 2년 전 제프티 연구자 임상을 불허한 이유가 더욱 궁금해진다.
캘리포니아 샌디에고대학과 데이비드 스미스 교수
샌디에고대학은 지난달 현대바이오와 연구자 임상을 위한 업무협약(MOU)까지 체결했다. 연구자 임상을 주도하기로 한 샌디에고대학의 임상센터장 데이비드 스미스 교수는 과학논문 인용 횟수가 세계 상위 1% 안에 들 정도로 롱코비드, 코로나19 등에 대한 세계적 권위자로 꼽힌다. 만약 식약처가 2년 전 제프티 연구자 임상계획을 승인했더라면 임상 결과가 성공적이든 실패이든 벌써 나오고도 남았을 일이다.
식약처가 제프티 연구자 임상을 불허한 시점에 이재갑, 김성한 교수가 200억원대의 롱코비드 관련 국가연구 과제를 진행하고 있었다는 점도 의구심을 자아내는 대목이다. 두 교수는 2022년 8월 국립보건원으로부터 『만성 코로나19 후유증(롱코비드) 조사연구사업』을 단독응찰로 따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업의 내용은 임상 기반의 장기 관찰연구, 코로나19 빅데이터 활용, 발생기전 규명 등을 통해 롱코비드 치료를 위한 진료지침과 과학적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다. 4년 간 질병관리청, 식약처 등에서 217억원의 예산이 지원된다. 매스컴에 자주 등장하는 이재갑, 김성한 교수는 식약처, 질병청 자문위원으로 활동하면서 두 기관의 연구과제도 잇따라 따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