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당대표
의원님 여러분들, 추석은 잘 보내셨습니까? 별로 그러지 못했을 것 같아서 여쭤봤습니다. 저도 오랜만에 좀 쉬기도 하고, 안동에, 봉화에, 영양에 우리 선대들 산소도 한번 찾아뵙고 그랬습니다. 정말 추석 또는 설 같은 명절은 많은 가족들이 오랜만에 만나서 옛날이야기도 좀 하고, 또 희망과 미래에 관한 이야기도 좀 해야 되는데, 이번에는 그런 이야기 듣기 어려웠던 것 같습니다. 좀 민망한 장면들이 많았습니다.
아시겠지만 제가 보수의 본향이라고 하는 경북 안동 그 일대에 다니면서 안동 분들을 많이 만났는데, 대체로 거의 다 비슷했습니다. 한 4~5년 정도 지나면 동네 사람이 없어질 것 같다, 다 연세들이 70~80 이렇게 되신 분들만 남아 계셔서 다 돌아가시고 난 다음에 누가 이 마을을 지키겠냐, 이런 걱정들을 상당히 많이 하시는 것 같았습니다. 제 고향에 제일 젊은 사람이 저보다 두 살 적은 동네 이장이었는데, 정말 걱정이 되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그중에 저희 고향은 농사 중에 사과 농사를 많이 짓습니다. 사과 소득이 좋다고 해서 많이 하는데, 이 사과 농사나 특별한 몇 개 작물을 지을 수 있는 땅 말고는 전부 다 묵고 있습니다. 소위 묵밭이 됐습니다. 그런데 그중에 어떤 분이 저에게 그런 이야기를 하시더라고요. 태양광사업 그거라도 내주면 그거라도 해 먹겠는데 그거 허가도 안 내준다, 요새 또 그런 모양입니다?
지금 전국적으로는 재생에너지 부족 때문에 수출 기업들이 생산 기지를 해외로 옮기는 황당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고 정부도 재생에너지 문제는 대책이 없는 판인데, 마침 또 생산 가능한 지역에서는 꼭 그것이라도 허가해 주면 좀 내가 농사 짓기는 어렵고 그것 해서라도 먹고 살 것 같고 농사보다는 낫다는데, 그것조차도 허가를 안 해준다, 이런 고민을 합니다.
수요와 공급이 일치하지 않을 때는 정부가 나서서 저희가 계속 노래 부르는 에너지 고속도로를 건설하면 불경기에 일자리에 만들고, 또 경기 활성화에도 좀 도움이 되고, 또 근본적인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에너지 전환의 시대, 재생에너지 공급도 좀 잘 될 테고, 모두가 윈윈하는 정말 바람직한 길인데 이것을 왜 굳이 고집을 부리고 안 하나, 정말 이해가 되지 않는 장면 중의 하나였습니다.
그리고 제일 많이 말씀하신 것은 역시 연세가 많은 분들이셔서 우리 아프면 안 된데이, 절대로 아프면 안 된데이, 산소도 가지 마래이, 다치면 죽는데이, 전부 이러고 계십니다. 이것이 진심으로 그런 걱정을 하고 계십니다. 우리 아프면 이제 죽는다, 안 그래도 3~40분 걸리는데, 이제 응급실 가도 안 받아 준다고 하니까 우리는 무조건 죽는다, 절대로 아프면 안 된다, 이런 다짐을 하고 계시더라고요. 저하고 저녁 먹는 자리에서도 계속 그런 이야기들이 많았습니다. 앞으로 어떻게 될 것 같냐. 이런 걱정을 저한테 하면서 물어보기도 하는데, 제가 명색이 제1야당 대표인데 이것이 이렇게 이렇게 해서 이렇게 이렇게 하면 해결이 됩니다, 이 말을 못 하겠더라고요. 정말로 걱정이 됩니다, 대책이 없고. 정말 구조적으로 망가지면 나중에 기회가 된다 해도 회복시킬 수나 있을까.
그중에 어떤 어머니께서는 우리 그러면 사보험 들어야 하는 것 아냐? 그 말씀을 듣고 나니까 제가 얼핏 그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일부에서 걱정하시는 혹시 이것이 영 안 되면 의료 민영화하면 되지 뭐, 이런 생각을 혹시 하고 있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갑자기 커졌습니다. 그분들이 그런 걱정을 합니다. 그러면 이제는 우리 개인 보험 들어야 되는 거야? 그런 걱정들이 참 많았다는 말씀드립니다.
그리고 주식 걱정을 하는 분들도 꽤 있었습니다. 그 원인이야 모두가 다 알겠지만, 한국 주식 시장이 다른 나라보다 못 오를 뿐만 아니라 떨어질 때는 더 빨리 떨어지고, 오를 때는 덜 오르고, 그러다 보니까 다른 나라는 지수가 몇 배씩 오를 때 대한민국은 여전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최근에는 더 빨리, 더 깊이 떨어지고 있습니다. 그 이유가 뭐겠습니까?
저는 제일 큰 원인은 기업들과 대한민국 경제에 대한 미래가 암울해서 그렇다고 생각을 합니다. 정부가 경제정책을 제대로 수립하고 비전을 제시하고 경제주체들한테 의욕을 불어넣어야 되는데, 그런 것이 전혀 없고 다 자유다, 시장이 알아서 한다, 우린 모른다, 이런 태도를 취하고 재생에너지 문제나 이런 데 전혀 대책을 제공하지 않고, R&D나 과학 기술의 시대가 다가올 텐데 과학 기술 문제를 어떻게 정부가 개입해서 해결해 나갈 것인지 비전이 있기는커녕 막 몇조 원씩 되는 R&D 예산 대규모 삭감해가지고 연구자, 과학자들이 해외로 탈출을 하게 만들었으니, 이것을 제대로 들여다보는 소위 국제 투자기관들이 대한민국에 투자를 하겠습니까?
결국은 산업 경제정책, 이것이 대한민국 주식 시장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 같고, 두 번째는 대한민국 주식 시장이 매우 불합리하다는 것 아닙니까? 온 국민이 다 아는 것처럼 한 몇백만 원, 전 재산 털어서 몇천만 원 이렇게 주식 사 놓으면 누군가가 이상하게 물적 분할, 좋은 주식 사 놓으면 물적 분할, 자회사 만들어가지고 쏙 알맹이 빼먹어 버리니까 껍데기 돼버리고. 일반적인 주식 사 놓으면 전망이 안 좋으니까 주가는 계속 떨어지고.
거기다가 또 하필이면 주가조작하는 세력들이 횡행을 해가지고 누구는 돈 벌었다는데 사고 나니까 폭락을 해가지고 완전히 물려서 깡통 차고, 이런 시장이니 이 불공정한 시장에 누가 장기 투자를 하려고 하겠습니까? 거기다 최근에 이제 세금 문제까지 정치적으로 공세가 이루어지다 보니까, 그 원망하는 마음이 분출되고 있는 거지요.
결국은 국가의, 정부의 산업 경제정책 또는 국가 경제를 발전시켜야 되겠다는 의지, 또는 경제 발전을 하게 할 수 있는 실력, 이런 것이 전무하고 그렇다고 해서 관심조차 있느냐, 관심도 없고, 그렇다고 다수의 약자를 편드느냐, 그것도 아니고 소수의 강자를 편들고. 이러니 희망이 점점 사라지는 것 같습니다. 경제 문제, 민생 문제도 참 걱정들이 많으십니다.
그 시골에, 버스 하루에 한 번밖에 안 들어오는 그런 정말 오지의 노인들이 모여가지고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 주식 팔아야 돼? 뭐 이런 걱정. 그것을 저한테 물어옵니다. 그래서 제가 그것은 솔직히 이야기해 드렸습니다. 지금 상태라면 안 사는 것이 좋겠다. 얼마나 슬픈 이야기입니까? 미래에 대한 비전이 없는 암담한 상황인데, 더불어민주당이라도 국민들의 힘이, 또 희망이 되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의원님들 여러분, 연휴에 지역 활동하시느라 고생 많으셨을 텐데, 또 오늘 보니까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해괴한 사건들이 또 폭로가 되서 국민들의 걱정이 커지는 것 같습니다. 국민들의 걱정도 덜어 드려야 되고, 국민들께 희망도 만들어 드려야 되고, 또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기대와 신뢰도 우리 스스로의 정말 큰 노력을 통해서 키워 나가야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의원 여러분이 더불어민주당의 기둥이고 희망, 또 대한민국 정치의, 이 나라 운명의 한 축을 담당하는 정말로 큰 역할, 중요한 역할 맡고 계시니까 힘을 합쳐서 더 큰 의지와 용기로 이 난관들 뚫고 나가고, 이 나라의 새로운 길을 개척해 나갔으면 좋겠습니다. 다들 고생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