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LB, 집중 매수하는 외국인 왜?
CRL 수령 후 단기 주가 급락…저가 매수 기회로 활용
외국인이 거침없이 지분율을 계속 높이고 있는 종목이 있다. 간암신약 승인단계에서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보완요청을 받은 HLB다. 보완요청서(CRL)를 받은 후 단기적으로 주가가 급락하자 외국인 투자자들이 저가 매수 기회로 판단하고 움직임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기준 HLB의 외국인 보유 주식수는 2793만주, 지분율은 21.35%이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HLB가 CRL 수령을 발표한 17일 이후 18거래일간 단 5일을 제외하고 계속해서 매수에 동참하며, 지분율을 크게 늘리고 있다.
최근 머크와 키트루다의 피하주사(SC제형) 개발을 위한 독점 계약을 체결해 외국인 매수세가 이어지며 주가가 크게 상승한 알테오젠의 외국인 투자 비중이 12.9%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HLB의 외국인 비중은 국내 신약개발 기업으로는 가장 높은 수준이다.
CRL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 할 수 있는 신약 효능 자체에 대한 지적이 없다는 점이 외국인 매수의 중요한 이유로 분석된다. 향후 보완 후 신약 승인이 가능하다고 전망하고 있는 것. 또한 앞서 다수의 항암제들이 과거 CRL 수령 후 최종 승인을 획득했다는 점도 매수세를 이끌고 있다.
가장 중요한 요인은 지난 2일 미국 종양학회(ASCO)에서 HLB 간암 신약의 임상3상 최종 결과 발표다.
HLB의 간암신약인 리보세라닙+캄렐리주맙 병용요법의 임상3상 최종 결과, 환자 전체생존기간(mOS)이 역대 최장 기간인 23.8개월에 달해 대조군 대비 뚜렷한 생존기간 연장을 입증했고, 특히 사망 위험을 36%가량 줄여주는 것으로 발표됐다.
반면 BMS의 니볼루맙+이필리무맙 병용요법 임상 결과의 경우, mOS가 23.7개월로 리보+캄렐 병용과 유사한 수준을 보였으나, 초기 12개월간은 오히려 대조군 대비 더 낮은 생존율을 보였고, 사망위험은 21% 정도 줄여주는 것으로 발표됐다. 특히 임상과정에서 간문맥에 종양의 침윤이 발생하지 않은 환자로 한정해 환자를 선택적으로 모집했다는 측면에서도 한계점을 드러냈다.
이같은 임상 결과 발표에 따라 리차드 핀(Richard Finn) UCLA 의과대학 교수 등 많은 간암 석학(KOL)들이 HLB 간암신약의 우월성과 허가 가능성을 높게 평가한 점도 외국 투자자들의 투심에 긍정적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외국인투자자들은 ASCO 발표 이후 7거래일 연속 거침없는 매수세를 보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HLB의 간암신약에 대해 최종 승인단계에서 FDA가 CRL를 발행하자, 신약개발 과정 중 CRL에 익숙한 외국 투자자들은 신약 자체는 검증된 것으로 판단, 이를 적극적인 투자 기회로 활용한 반면, 국내 일반 투자자들은 CRL을 거절 등으로 잘못 해석하면서 다소 과잉 대응한 측면이 있어 보인다"며, "국내 신약 개발 회사의 FDA 신약 허가 사례가 많아지면 국내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충분한 학습효과가 생겨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