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인들이 4월들어 약 1500억원치 매수했는데.
최근 투자자들 사이에서 반도체 이외의 업종 대표주를 매수해 포트폴리오를 보호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이들이 참고하는 것이 외국인이다.
이달 들어 외국인은 업종 내 대표 주식이긴 하나 상대적으로 소외됐거나 저평가된 주식들을 조용하게 사모으고 있다.
방산업종의 현대로템, 2차전지 소재주 엔켐, 조선업종의 삼성중공업 등이 해당 종목들이다.
이달(4월 1~22일) 외국인은 현대로템 주식을 1447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이란과 이스라엘이 서로 미사일을 주고받으며 전면전 양상으로 가자 국내 방산주들은 함께 들썩이고 있다.
이 와중에 현대로템은 방산 대표 주식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보다 저평가돼 외국인의 주목을 받고 있다.
23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향후 12개월 순이익 기준 주가수익비율(PER)은 18.25배다.
같은 기준으로 현대로템은 16.03배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주가가 올해 들어 지난 23일까지 79% 올랐는데 현대로템의 상승률은 53%로 덜 올랐기 때문이다.
증권가에선 현대로템이 이런 간극을 메울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같은 동력은 1분기 깜짝 실적이다.
주요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최근 한 달 새 현대로템의 영업이익 추정치를 50%나 끌어올렸다.
현대로템의 실적은 폴란드로 설명된다.
전쟁 대비용으로 폴란드가 현대로템에 무기를 대거 발주했고, 1분기 실적에 K2전차 18대 납품이 반영될 예정이다.
K2전차로 대표되는 현대로템은 향후 820대 규모의 추가 계약을 앞두고 있다.
500대는 현지에서 생산하고 전차 기술이전을 내용으로 하는 논의가 폴란드 측과 진행 중이다.
증권가 관계자는 "무기 수출 관련 정보는 모두가 알거나 모두가 모르거나 하는 식으로 오히려 정보의 비대칭성이 없다"며 "일반 투자자들이 실적만 보고 투자하기 적합하다"고 말했다.
현대로템의 1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540억원이다.
이는 작년 1분기보다 69.2% 급증한 수치다.
법 개정의 최대 수혜주라는 호재도 있다.
무기 수출은 워낙 금액이 커서 수입하는 쪽에서 자금 지원을 요청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작년에 폴란드가 무기 수입을 크게 늘렸는데 은행의 자금 지원 한도가 다 차서 추가 수출이 지연되기도 했다.
자금 지원은 한국수출입은행(수은)이 진행하는데 올해 수은법 개정으로 자본금 한도가 대폭 늘어날 전망이다.
작년 말 기준 현대로템의 현금성자산은 3961억원이다.
현금성자산을 기준으로 주가 수준을 가늠할 수도 있다.
지난 23일 기준 현대로템 시가총액이 4조4475억원으로, 현금성자산 대비 11배 수준이다.
같은 기준으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현금성자산 대비 시총은 6배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현금성자산이 1조8064억원으로 현대로템보다 4.6배나 많기 때문에 나타난 결과다.
순익 기준으로는 현대로템이 저평가돼 있지만, 현금성자산 기준으로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더 싼 주식이란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