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와 민희진 사태를 보면서 같은 엔터주를 투자한 입장에서 마음이 착잡합니다.
아무리 엔터기업이 타업종보다 사람과 관련한 사건, 사고가 많다고는 하지만, 그간 하이브는 어느 엔터사보다 체계적인 시스템과 안정적인 경영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인식이 강했기에 이번 사태의 충격이 쉽게 가시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누가 옳고 그르고를 떠나, 무엇보다 하이브의 기고만장한 행태가 이번 사태를 키웠다고 생각합니다.
BTS의 대성공을 등에 업고, 주식시장에 상장하면서 챙긴 어마어마한 자본을 토대로, 각계 고급전문인력을 곳곳에서 스카웃하고, 유망한 회사들을 인수해 몸집을 키우는 과정에서 실패라는 걸 거의 맛보지 못했기에 무슨 일이든 자신들의 계획에 따라 만들어갈 수 있다는 자신감이 너무 커진 것이지요.
불과 1년여전에 카카오와 붙은 에스엠 인수전에서도 결과적으로는 패배한 듯 보였지만, 당시 이수만 지분의 인수자금중 일부는 카카오의 공개매수에 응해 20% 이상의 차익실현을 했고, 결과적으로 카카오를 주가조작 고발하고 이들이 풍지박산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도 나름 정신승리의 쾌재를 부르지 않았을까 생각해 봅니다.
이미 대기업 반열에 들어선 막강한 권력과 자본을 통해 민희진 정도는 그냥 껌이라고 생각했는데, 아주 물려도 제대로 물린 것 같습니다. 지금이라도 겸허히 현실을 받아들이고, 낮은 자세에서 민희진을 다독이고 협상할 생각을 해야 할텐데, 과연 이들이 그렇게 할지...
선례를 남기면 안된다, 무조건 밟아버려야 어느 누구도 기어오르지 못할 거다라는 생각이 아직은 강한 것 같은데, 어떻게 될지 궁금하군요.
아무튼, 이번 사태가 지금은 엔터업종 전반의 투자심리를 악화시키고 있어 보이는데, 진행과정에 따라서는 다시 에스엠과 JYP등이 시장에서 상대적으로 부각되면서 엔터주내 포트폴리오 조정에 의한 수급이 붙을 가능성도 있을 것 같습니다.
엔터주 전반의 실적이 1분기까지는 기대치가 크지 않기에, 1분기 실적이 마무리되는 시점에서 2분기부터의 기대감으로 본격적인 주가반등을 예상하고 있었는데, 지금은 변수가 하나 추가되었네요.
하이브의 이미지 훼손이 이번에 좀 크긴 하지만, 이는 경영진들의 파벌 및 주주간 계약등이 핵심인 만큼, 케이팝 전체의 위기로 번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