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건설사 삼부토건이 악화된 재무구조로 ‘존폐 위기설’에 휘말렸다. 1년 만에 부채비율이 400%를 돌파하고 수년간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등 적색불이 켜진 것이다. 이 가운데 유상증자 발행을 통한 자금조달을 추진하며 신사업을 발판 삼아 위기를 딛고 일어설지 이목이 쏠린다.
25일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부토건의 지난해 매출과 영업손실은 각각 5750억원, 782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은 32% 늘고 영업손실은 26억원 줄었다.
손실 폭은 개선됐지만 3년 연속 적자 신세는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021년 44억원의 영업손실은 2022년 808억원으로 증가한 후 지난해에도 높은 손실률을 나타냈다.
실적보다 더욱 위태로운건 재무구조다. 삼부토건의 지난해 차입금 및 사채는 1975억원으로, 전년 대비 745억원 급증했다. 같은 기간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420억원으로, 131억원 가량 감소했다.
차입금은 늘고 현금은 줄어들면서 순차입금 비율은 35%에서 152%로 급격히 악화됐다. 차입금 의존도 또한 38.44%로, 전년 대비 10% 증가한 수치를 기록했다. 통상 기업의 순차입금 비율은 20% 이하를 적정 수준으로 본다. 100%가 넘어갈 시 ‘위험’ 영역인 것으로 해석한다.
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은 전년 615억원의 손실에서 지난해 1071억으로 확대됐다. 벌어들인 현금보다 유출된 현금이 더 많다는 의미다.
재무건전성의 척도인 부채비율도 최근 1년 새 수직상승 중이다. 전년 161% 수준이었던 비율이 지난해 403%로 뛰는 등 재무구조 전반에 적신호가 켜졌다.
건설업의 경우 사업의 특성상 250%까지를 안정권으로 분류하나, 400%를 넘으면 업종과 상관없이 ‘잠재적 부실 징후’로 판단한다.
지난해 부채비율 300%를 넘긴 건설사는 태영건설, 신세계건설, 코오롱글로벌 등이다. 신세계건설 등 부채비율이 높은 건설사들은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신청 이후 다음 타자로 지목되기도 했다.
삼부토건의 유동성 문제는 직원들의 임금체불로까지 이어졌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삼부토건은 임직원에게 지급했어야 할 지난달 한 달치 월급을 주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삼부토건의 임금체불 문제와 ‘미지급 사태에 대한 성명서’ 등 성토글이 게시됐다.
직원들은 ▲즉각적인 급여 지급과 미지급된 금액 전액 지급 ▲급여 지연에 대한 명확한 설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구체적인 계획 발표 ▲피해를 입은 직원들에 대한 적절한 보상 방안 마련 등을 요구하고 있다.
다만, 고무적인 부분은 삼부토건이 최근 150억원의 유상증자를 발행하는 등 자금조달에 총력을 기울이며 재무구조 안정과 신사업에 고삐를 죄고 있다는 점이다.
삼부토건은 지난 3일 운영자금 조달을 위해 최대주주인 디와이디에 대한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단행해 150억원을 조달했다. 발행되는 신주는 보통주 971만 5025주, 주당가격은 1544원, 신주 상장 예정일은 내달 3일이다.
아울러 지난달에는 우크라이나 건설기업 BUDOVA사와 우크라이나 내 주택사업 협력 강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삼부토건과 BUDOVA사는 MOU를 통해 향후 우크라이나 내 전도유망한 주택사업을 발굴‧추진할 계획이다.
그간 전체 사업 매출에서 국내 건설사업이 97%를 차지하는 등 내수 침체에 직격타를 맞을 수 있는 사업 구조를 지니고 있던 만큼, 해외 건설로 영역을 확장하는 것이다. 이번 유상증자 발행 역시 사업 구조를 개선해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삼부토건 관계자는 “임금체불 문제는 내부에서도 해결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상태”라며 “유상증자 발행을 통한 자금조달로 유동성 확보와 재무구조 안정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이번 발행을 통해 정상화가 진행될 것으로 보고 있는 상황이며 추가 신사업에 대한 계획도 수립하는 중이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