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아무개 상병 사건 외압 의혹’ 사건의 핵심 피의자인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했다. 유 관리관은 이 사건으로 공수처에 출석한 첫 피의자다. 공수처 수사4부(부장 이대환)는 26일 유 관리관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이날 오전 9시35분께 경기도 과천 공수처 청사에 등장한 유 관리관은 “박정훈 대령은 관련 혐의를 빼고 사실관계만 넣으라고 전화 받았다고 했는데 어떻게 보는가” “이시원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과 어떤 내용의 통화를 했는가” 등 기자의 질문에 “조사 기관에서 충분히 밝힐 것”이라고 답변했다. 공수처는 유 관리관의 ‘수사외압 의혹’ 및 ‘사건기록 회수’ 경위를 집중적으로 물어볼 것으로 보인다. 유 관리관은 채상병 사건 외압 의혹의 핵심 인물로 꼽힌다. 유 관리관은 지난해 7월31일~8월1일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과 5차례 통화하며 관련자들 혐의 내용을 경찰에 넘길 서류에서 빼라며 압박한 의혹을 받는다. ‘직접적 과실이 있는 사람으로 한정해 혐의자를 특정하는 게 좋다’, ‘이첩서류에 혐의자와 혐의 내용을 빼고 이첩하면 되지 않는가’라고 말하며 박 대령을 압박했다는 것이다. 다만 유 관리관은 ‘해병대 수사단 보고서 원문을 보지 못한 상황에서 원론적 얘기를 했을 뿐’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유 관리관은 채상병 사건 외압 의혹의 또 다른 갈래인 사건 회수에도 깊이 관련되어 있다. 해병대 수사단이 사건기록을 경북경찰청에 이첩한 지난해 8월2일, 유 관리관은 경북청 간부에게 ‘사건기록을 회수하겠다’고 전화했다. 실제 같은 날 저녁 국방부 검찰단은 경북청에 방문해 사건기록을 가져갔다. 그러나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은 최근 ‘기록 회수를 지시하지 않았다’는 취지의 입장을 낸 바 있다. 유 관리관이 이날 이시원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과 한 통화 내역을 공수처가 확보했다고 문화방송(MBC)이 보도하면서 대통령실이 사건기록 회수의 배후라는 의혹에도 힘이 실리는 상황이다. 앞서 박 대령 쪽은 지난해 8월 유 관리관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공수처에 고발했다. 지난해 박 대령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하는 등 기초 수사를 진행한 공수처는 지난 1월 해병대 사령부를 압수수색했다. 공수처는 최근 압수물 등에 대한 포렌식을 마친 뒤 유 관리관을 부르고 박경훈 전 국방부 조사본부장 직무대리와 출석 일정을 조율하는 등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