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과 내 싸움에서 패배했다.
원래부터 이런 운명이었을지도 모르고,
노인이 운명론을 믿으면 그저 지나가겠지.
하지만 젊은이가 운명론을 믿는다면 혐오의 대상일 뿐이다.
정신력이 나약하다는 식의 평가는 수도 없이 들었다.
하지만 이 세상은 정신력 하나만으로 모든게 결과지어지지 않는다
다들 알지않는가? 그것이 오만함에 근거를 두고 있다는 걸.
하지만 나는 더이상 아이가 아니고 스스로 모든 일을 처리해야 한다.
내손에 남은 무기는 식칼 한자루 뿐이고, 적은 갑옷과 장창으로 무장하고 있다.
그래도 달려들어야 할 상황이 나에게 주어졌다.
이 행동에 의미가 있는지 끊임없이 의심하는 사이 내 정신은 붕괴되어 간다.
하지만 반대로 나는 이것이 단순히 고통을 감내한다고 해결되는 문제라고도 보지 않는다.
그런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즐기면서 나아가는 것이 고통이 아니라는 것을 아니까.
결국 방해가 되는 생각을 배제할 필요가 있다.
근데 방해가 되는 인식을 배제하는 것 또한,
완전한 자기 인식 후에 이루어낼 수 있는 것이라면,
그것이 어떤 경지에 있는지 나는 모른다.
그것을 어떻게 실천할 수 있는지 조차도,
나는 내가 어떻게 살아야할지 모른다.
유아와 무아의 사이.
나아갈 길을 보여줄 사람도 없고, 스스로 길을 개척할 수도 없다.
스승도 없고, 누굴 가르칠 지식도 없다.
내 인생은 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