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과 이스라엘 전쟁을 시작으로 중동 분쟁이 주변국까지 확전 양상을 띠면서 지정학적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란이 보복 차원에서 중동 산유국의 유일한 수출로인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할 경우 국제유가 인상이 불가피하다.
중동지역은 인천항 전체 물동량 가운데 차지하는 비중이 적지만, 중고차 수출시장만큼은 큰 비중을 차지한다. 홍해 후티반군 사태 이후 추가 물류공급망 차질이 발생할 수 있어 항만물류업계는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지난 13일(현지시각) 이란이 드론과 미사일로 이스라엘 본토를 공격했다. 이 공격은 앞서 시리아 내 이란영사관을 폭격한 이스라엘에 대한 보복공습이었다. 이어 19일 오전 이스라엘은 이에 대한 보복으로 이란 본토를 미사일로 타격했다.
국경을 맞대지 않은 이란과 이스라엘은 그동안 대리전 성격으로 분쟁이 있었으나, 서로 본토를 공격한 것은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여기에 이슬람무장단체 헤즈볼라까지 이스라엘 북부 군시설 공격에 가담하면서 ‘5차 중동전쟁’으로 확전 양상까지 보이고 있다.
==호르무즈해협 봉쇄 시 국제유가 폭등 물류망 차질
중동 위기가 가속화되면서 이날 국제유가는 4% 가까이 급등했다. 한국시간 19일 오전 12시 아시아시장에서 브렌트유 선물은 배럴당 3.32달러(3.81%) 90.43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ITI) 역시 3.32달러(4%) 상승한 86.05달러다.
더구나 이란이 세계 원유시장의 동맥인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할 경우 유가는 더욱 급등할 수 있다. 세계 해상 원유 수송량의 35%는 호르무즈 해협을 거치는데, 이중 약 70%가 아시아로 공급된다. 올 연말 국제유가가 배럴당 13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 유가 상승으로 인한 화주부담 증가 외에도 해상물류 길목이 막힌다는 점도 큰 위험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페르시아만 연안의 중동국가로 진입하는 유일한 통로다. 남아프리카 우회로가 있는 수에즈 운하와 달리 우회노선 선택이 사실상 불가하다. 중동 물류거점인 UAE 제베알리, 사우디아라비아 담맘 등 주요항구로 운송이 불가하다.
==인천항 중동 물동량 적지만 중고차 주요시장 걱정
인천항의 경우 중동 수출 규모는 전체 물동량 가운데 비중도 미미하고, 국내 타 항만에 비해서도 적어 큰 타격이 없을 수 있다지만, 중고차 수출 시장만큼은 예외다.
한국무역협회가 발표한 자료를 보면, 올해 1분기 중동 수출 물동량은 3209TEU다. 국내 항만 중 5.7%라 매우 적은 수준이고, 인천항 전체 물동량 중에서도 1.6%에 불과하다. 수출액 기준으로 보면, 3억1000만달러로 전체 수출액 중 2.2% 수준이다.
그러나 한국중고차유통연구소 자료를 보면, 지난해 국내 중고차 수출 대수 63만8723대 가운데 중동국가 수출만 20만551대(31.4%)로 나타났다. 이 중 인천항은 50만2215대를 수출하며 국내 전체 항만 중 78.9%를 담당했다.
결국 중동 수출 비중이 높은 중고차의 경우 홍해 후티반군 사태 이후 추가적인 물류비 상승과 선박 부족 등의 상황이 우려될 수밖에 없다.
한국무역협회 관계자는 “중동지역의 경우 전쟁위험 할증료까지 붙으면 유가 상승분 외에 추가로 운임부담이 높아질 수 있다”며 “다만 유럽지역 운임은 지난해 홍해 사태 이후 수에즈운하가 아닌 희망봉으로 우회하는 운임상승분이 이미 반영돼 있어 추가적인 변동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