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100 골든타임 잡자" 5대은행·산은, 9조 출자 ‘미래에너지펀드’ 조성
입력2024.04.17. 오전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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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생에너지 설비투자펀드에 7년간 9조 출자
김주현 “160조원 시장조달에 마중물 역할”
2030년까지 기후기술펀드 3조 규모로 투자
펀드출자액 위험가중치 100%로 파격 인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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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 5대 시중은행과 산업은행이 총 9조원을 출자해 재생에너지 설비 확대에 투자하는 ‘미래에너지펀드’를 조성한다.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 달성을 위한 골든타임을 놓쳐선 안 된다는 데 민관이 공감대를 이룬 결과다.
5대 시중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과 산은은 17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미래에너지펀드 조성 협약을 체결했다. 미래에너지펀드는 해상풍력 등 재생에너지 설비에 투자하는 펀드로, 2030년까지 산은 20%, 시중은행 80%(각 16%) 비율로 총 9조원을 출자하는 방식이다.
금융위원회는 은행들이 자기자본비율 하락 우려 없이 재생에너지에 대한 모험자본을 적극 공급할 수 있도록 펀드 출자액에 대한 위험가중치를 현행 400%에서 100%로 인하하기로 했다. 정책금융기관인 산은이 20%를 출자하는 등 위험경감 역할을 수행한다는 점을 고려한 조치다.
미래에너지펀드는 올 상반기 중 조성을 완료해 연내 투자 집행을 추진한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2030년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21.6%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188조원의 대규모 자금이 필요하다”며 “금년 중 실제 투자집행이 이루어짐으로써 총 소요자금 188조원 중 금융수요에 해당하는 160조원이 시장에서 잘 조달될 수 있도록 마중물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금융위가 지난달 발표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금융지원 확대방안’에 따라 ▷기업 저탄소 공정 전환 지원을 위한 420조원 규모의 정책금융 공급 ▷기후기술펀드 등 기후기술 9조원 투자 등도 순차적으로 시행될 예정이다. 5대 시중은행과 기업은행은 이달 중 기후기술 분야에 2030년까지 총 3조원 규모로 투자하는 기후기술펀드 조성 협약을 체결한다.
이처럼 금융당국과 은행들이 기후위기 대응에 발벗고 나선 데는 서둘러 RE100 달성을 위한 노력에 나서지 않으면 우리 기업과 경제가 생존할 수 없다는 위기의식이 작용했다.
현재는 삼성전자, 네이버 등 국내 대기업들을 중심으로 RE100에 참여하고 있지만, 중소·중견기업에 대한 압박도 커지고 있다. 애플, 구글, 인텔 등 첨단산업 선도기업을 중심으로 전 세계 428개 기업(3월말 기준)이 RE100에 가입해 있는데, 점차 납품업체에도 RE100 참여를 요구하는 추세여서다.
RE100 달성에는 재생에너지 공급이 필수적이지만, 우리나라는 발전량 중 재생에너지 비중이 7.7%(2022년 기준)로 독일(43.5%), 영국(41.4%), 프랑스(24.5%) 등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에 비해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RE100을 해결하지 않으면 비도덕적 기업으로 찍혀 매출과 투자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은행의 펀드 출자액에 대한 위험가중치를 100%로 내려주는 조치를 처음 도입하는 것도 기존 방식대로는 기후위기에 대응할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