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세기 영국, 시대착오적 규제로 신생 자동차 산업 발목 잡아
21세기 한국은 세포·유전자 치료 분야서 비슷한 실책 되풀이
전 세계 재생의료 시장 규모 2028년 280조원으로 커질 전망
재생바이오법 개정안 국회 통과는 다행, 시행령도 정비해야
」
난치성 질환 치료법으로 주목
줄기세포 치료는 줄기세포를 배양해 환자의 몸에 주입한다. 줄기세포란 한 개의 세포가 다양한 종류의 세포로 발전할 수 있는 세포를 말한다. 이런 줄기세포는 손상된 신체 부위의 세포들을 재생할 수 있다. 줄기세포는 피부 조직의 노화, 퇴행성 질환을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대안으로 활발한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예를 들어 심혈관질환, 관절염, 당뇨병 등에 줄기세포 치료가 사용된다. 뇌·척수 신경이나 심장 근육이 손상됐을 때 환자의 회복을 도와줄 수도 있다.
유전자치료는 유전자에 결함이 있는 사람에게 유전자 편집 기술을 적용하는 방식이다. 채취한 체세포나 줄기세포에서 결함이 있는 유전자를 제거해 정상적인 세포로 만든다. 그리고 이 정상 세포를 배양하고 환자의 몸에 주입해 치료한다. 유전자 치료는 유전병에 대한 치료법으로 크게 기대를 받고 있다. 앞에서 설명한 세포치료(체세포 치료와 줄기세포 치료)와 유전자치료를 첨단재생의료라고 부르기도 한다.
매년 1만~2만 명이 해외 원정 진료
한국이 재생의료 시장에서 후진국 신세를 면치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규제라고 할 수 있다. 한국은 유달리 이러한 연구와 시술에 규제가 많아서 이 분야의 연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따라서 매년 1만~2만 명이 주변 국가에 가서 세포치료를 받고 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의 치료비는 1인당 최대 1억원씩 든다고 한다. 해마다 약 1조원의 외화가 외국으로 빠져나간다고 볼 수 있다.
문제는 이것이 시작이라는 점이다. 앞으로 이 분야는 계속 급성장할 것이고 해외로 유출되는 외화의 규모는 더욱 커질 것이다. 19세기 말 영국의 붉은 깃발법과 비슷한 일이 한국에서 다시 산업을 옥죄고 있다.
한국은 2019년 첨단재생바이오법(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 안전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을 제정해 재생의료 발전의 초석을 만들었다. 국회는 지난 2월 첨단재생바이오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개정안은 재생의료 대상자를 희소성이나 난치성 질환자로 제한하지 않고 폭넓게 적용할 수 있게 했다. 또한 재생의료를 임상시험뿐 아니라 시술에도 적용할 수 있도록 제한을 없앴다. 다만 시술에 앞서 전문가위원회 심의를 거쳐 허가를 받도록 했다. 매우 늦었지만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임상연구 제약하는 규제 풀어야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고 한다. 앞으로 정부가 할 일은 시행령을 제대로 고쳐 법 개정의 효과가 제대로 반영되게 하는 일이다. 선진국 수준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아직 갈 길이 많이 남아 있다.
첫째, 실험실 연구 결과가 임상연구로 원활히 이어지도록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 실험실에서 수행한 줄기세포 치료 연구로 임상 연구 허가를 받으려면 세포를 채취하는 시점부터 모든 절차가 정부가 허가한 세포 처리시설에서 이뤄져야 한다. 그러나 국내 대부분의 연구기관이나 중소병원에서는 자체적으로 정부의 허가를 받은 세포 처리시설이 마련돼 있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실험실 연구가 임상 연구로 연결되는 데 있어 제약이 많다.
미국의 경우에는 ‘연구자 임상 트랙’이라는 예외 조항을 두고 있다. 즉 연구 실험실에서 생산한 줄기세포라도 그 생산 과정이 잘 검증된다면 연구자 임상시험을 진행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예외 조항을 두고 실험실 연구가 임상 연구로 원활히 연결될 수 있도록 도와줄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