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자는 전환사채를 가지고 채권자로 있다가, 어느 순간 주주가 되는 것이 훨씬 더 유리하겠다고 판단하는 경우 전환사채의 전환권을 행사하여 주주가 될 수 있습니다. 전환사채의 채권자는 그냥 평범한 채권자가 아니라 전환권을 가진 특별한 채권자입니다.
그런데 전환사채 계약서에는 전환권을 행사할 때 신주의 가격을 얼마로 하여 인수할 수 있을지의 전환가액(전환가격)을 미리 정해 둡니다. 전환사채의 채권자는 전환사채를 발행한 회사의 주식 가격의 변동을 지켜보다가 적절한 시점에 주주가 되겠다고 전환권을 행사함으로써 매우 큰돈을 벌 수 있습니다.
투자자가 전환사채를 인수한 상장회사의 주식 가격이 현재 주식시장에서 1주당 1만 원이라고 생각해 보겠습니다.
투자자가 돈을 빌려주고 작성한 전환사채 계약서에는 전환사채의 전환가격이 주당 7천 원입니다. 투자자는 시장가격보다 3천 원이 낮은 가격으로 주식(신주)를 취득할 수 있는 것입니다. 채권자가 이때 전환권을 행사해서 7천 원으로 주식(신주)를 취득한 다음 그 즉시 이 주식을 주식시장에 내다 팔면 1주당 3천 원의 이익을 가질 수 있습니다.
전환사채 계약에서는 전환가격을 조정하는 조항이 있습니다. 이 조항은 전환사채 채권자의 손실을 미리 막아 줍니다. 전환사채 발생 후 전환가격을 하회하는 발행가격으로 유상증자를 하거나 주식배당을 하는 경우에는 전환가격을 더 낮출 수 있게 합니다. 전환사채의 전환권 가치가 희석화되는 것을 막아 준다고 하여 반 희석화 조항이라 합니다.
그런데 유상증자나 주식배당의 경우가 아니라 회사의 영업실적 악화 등으로 주식시장에서 주가가 하락이 되는 것에 대해서도 전환가격을 조정해 주는 조항이 있습니다. 주식시장에서 주가가 1만 원에서 5천 원으로 하락해도 전환사채에서 정해둔 전환가격도 이에 맞추어 하향 조정하기로 하기로 합니다. 시장가격에 따라 전환가격을 다시 조정한다고 해서 리픽싱 조항이 합니다. 그런데 주식시장에서의 주가 하락에 대한 전환가격 조정리픽싱 대해 비판이 많이 있습니다. 전환사채란 장차 시장에서의 주식 가격이 상승할 때는 고정된 전환가격으로 전환권을 행사함으로 주식 취득의 기회와 이익을 보장하는 상품인데, 그러한 기회와 이익이 있다면 장차 시장에서의 주식가격이 하락할 때에도 마찬가지 조건에서 위험과 손해도 감수하도록 하는 것이 공정한다는 비판입니다. 주식 가격의 변동을 그대로 감수하는 다른 주주에 비하여도 지나친 특혜라는 비판입니다. 그러나 실무는 전환사채 계약서에 리픽싱 조항을 생략하는 경우는 없습니다.
법원도 리픽싱 조항을 유효라고 봅니다(대법원 2011. 10. 27. 선고 2009다87751 판결, 대법원 2014. 9. 4. 선고 2013다40858 판결). 다만 상장회사에서는 정관 또는 주주총회의 특별결의가 없는 한 발행 당시 전환가액의 70%로 조정이 제한되도록 하고 있습니다(증권의 발행 및 공시 등에 관한 규정 제5-23조 제2호 참조).
근본적으로 주주와 채권자의 이익은 서로 상충하는 면에서 위험이 존재합니다. 대주주가 이사회를 지배하면서 사채 발행을 할 수 있게 되면, 사채를 필요한 수준보다 많이 발행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주주가 사채 발행을 통해 회사의 재산이나 채권자의 채권을 희석화시킬 수 있고 과다 투자를 유발해서 주주의 책임을 채권자에게 이전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전환사채는 채권자가 주주가 될 권리를 가지기 때문에 이러한 유인을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지만 그러한 경향과 유인을 근본적인 근절하기는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회사의 대주주는 자신의 이익에 기여하고 사채권자를 위험에 빠뜨릴, 매우 지능적인 방법들을 매우 많이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주가조작(시세조종)이 있는 경우를 한 번 생각해 보겠습니다. 만약 회사의 대주주가 새로운 사업을 할 것처럼 공시하고 언론 보도를 하면서 회사의 주가를 급격히 띄워놓고 이때 이 가격을 기준으로 하여 적절히 전환가격과 리픽싱 범위를 책정해 두고 마구마구 전환사채를 발행하였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새로운 사업이란 것이 실제로 잘못된 보고서(실패한 임상실험)에 기초한 것임이 판명되어 주가가 곤두박질이라도 치게 치면(현실에서는 과연 주가조작이라고 할 있는지 여부도 판단이 쉽지 않습니다), 전환사채에 투자한 투자자들은 전환가격과 리픽싱으로는 손실을 피할 수가 없게 되는 것입니다(이것을 주가조작세력에게 설거지를 당했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