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에 유리하게 나왔다고…野 지지자 반발에 돌연 "공표 말라"
노경목 기자 설지연 기자
입력2024.04.01 18:30 수정2024.04.02 01:45
강성 야당 지지자 반발에…여론조사 중단시킨 여심위
한경·피앰아이 공표 막아 논란
3월19일 3대 벨트 조사 보도
전화 방식과 다른 모바일웹조사
여심위, 28일까지 문제 제기 안해
29일 야권 유튜버 방송서 반발
용산·분당 등 與후보가 앞지르자
"여론조사 격차 너무 큰 것 아니냐"
31일 야권 지지자 떼로 공격
여심위 "항의전화 많이 온다"
피앰아이에 공표 중단 결정 통보
선거 여론조사를 규제하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여심위)가 한국경제신문이 의뢰해 피앰아이가 시행해 온 총선 여론조사 결과 발표를 지난달 31일 사실상 중단시켰다. 개인정보보호법상 피앰아이가 제출할 수 없는 개인정보(응답자 전화번호 및 거주하는 행정동 정보)를 요구한 뒤 이에 응하지 않자 “조사 결과 공표는 위법”이라고 피앰아이 측에 전달한 것이다. 여론조사는 서울 강동갑, 경기 용인갑, 대전 동구, 강원 원주을, 경기 수원병, 인천 계양을 등이 추가로 예정돼 있었다.
여당에 유리하게 나왔다고…野 지지자 반발에 돌연 "공표 말라"
한경·피앰아이 여론조사는 전화 면접이나 자동응답시스템(ARS) 등을 통한 기존 선거 여론조사와 달리 모바일웹 조사 방식으로 한다. 기존 전화 조사는 응답률이 낮고 강성 지지층이 과도하게 표집되는 단점이 있어 응답률을 높이고 무당층의 설문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설계했다. 조사 결과 일부 지역구에서 국민의힘에 유리한 결과가 나와 화제가 됐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강성 지지자를 중심으로 여심위에 ‘기존에 없던 방식을 왜 허용했느냐’는 항의가 빗발친 것으로 전해졌다.
여심위는 여론조사가 행정동별로 균일하게 안배됐다는 점을 증명하려면 피조사자의 동 단위 데이터를 제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피앰아이는 동 단위 정보는 표본을 제공하는 통신사만 접근할 수 있고, 제3자에게 제공할 경우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이라고 설명했다. 동 단위로 순차적으로 설문을 시행해 조사 기준을 넘으면 참여를 막아 응답자 분포를 관리하는 것이 피앰아이의 구조다.
한경·피앰아이의 지역구별 총선 여론조사는 지난달 22일부터 순차적으로 진행해 27일부터 공표했다. 여심위는 29일 동 단위 데이터 제출을 요구했고, 31일 ‘위법 소지’를 처음 언급했다. 여론조사업계 관계자는 “기존 조사들과 다른 결과가 나오지 않았어도 여심위가 조사에 제동을 걸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열흘간 문제 안 삼던 여심위…기존 조사와 격차 크자 "공표 말라"
전화조사 방식과 다른 결과에…여심위 "조사방식 문제"
주요 선거를 앞두고 이뤄지는 여론조사의 적절성에 대한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여심위) 조사는 신속성을 생명으로 한다. 조사 결과 발표가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심위는 한국경제신문이 의뢰해 피앰아이가 실시한 여론조사에 대해 12일간에 걸친 조사 끝에 ‘공표할 수 없다’는 결론을 냈다. 일부 지역구의 조사 결과가 전화면접·자동응답시스템(ARS)으로 이뤄진 조사들과 다르게 국민의힘에 유리하게 나와 더불어민주당 지지자들의 항의가 빗발친 게 영향을 끼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조사 10일간 문제 안 삼더니
한국경제신문이 피앰아이에 처음 여론조사를 의뢰한 건 지난달 초다. 이번 총선의 접전지인 한강·반도체·낙동강 등 3대 벨트를 대상으로 조사를 의뢰했다. 당초 한경과 피앰아이는 3대 통신사 가입자 2300만 명을 기반으로 조사 대상을 선정해 정밀성을 기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여심위가 ‘기준이 없다’며 난색을 나타내 전체 가입자에서 인구 비례에 따라 추출한 274만 명의 패널을 대상으로 모바일웹 조사를 했다. 이번 조사 방식에 대해 여심위가 이미 인지하고 있었을 뿐 아니라 사실상 사전 협의를 한 셈이다.
3대 벨트 여론조사 결과는 지난달 19일자 한국경제신문에 보도됐고, 여심위는 20일 피앰아이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였다. 모바일웹 조사 방식이 여심위에도 생소해 검증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이후 여심위 관계자들은 두 차례 현장조사와 자료 요청 등을 통해 피앰아이의 조사 방식을 상세하게 검증했다. 조사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필요한 연령대 및 성별, 지역별 안배 프로그램과 소프트웨어, 인위적인 조작이 없었다는 점을 증명하기 위한 로그 기록까지 전반적인 데이터를 수집했다.
이 과정에서 피앰아이가 구축한 패널 274만 명의 거주지 등 개인 정보를 요구하기도 했다. 이에 업체 측은 “동별 거주지 등 개인 정보를 외부에 넘기는 것은 개인정보보호법상 불가능하다”고 응답했다.
한경과 피앰아이는 이후 14개 지역구 선거구에 대한 가상대결 여론조사를 지난달 22일부터 실시했다. 조사를 시행한 이후 4개 여론조사가 온라인에 표출된 28일까지 여심위는 별다른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 여심위 사이트에 등록된 결과표와 관련해 간단한 수정 사항을 조사업체에 통보했을 뿐이다.
민주당 지지자 항의 쇄도
이 같은 여심위 기류가 바뀐 건 29일께다. 서울 용산, 중·성동갑, 경기 분당갑 등의 지역구에서 다른 조사와 달리 국민의힘 후보가 앞선다는 조사 결과가 나오자 민주당 강성 지지자들이 여론 조사의 신뢰성을 문제 삼기 시작한 시점이다.
야권 지지자들은 해당 기사를 작성한 한경 기자에게 수십 통의 항의 이메일을 보냈다. “여론조사를 하랬더니 여론조작을 한다” “윤석열 같은 X가 대통령인 나라에 살고 싶냐” “한심한 기레기” 등 인격을 모독하는 내용이 다수 담겼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등 여론조사 유관 기관에도 항의 전화가 잇따른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