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회장 타계 후 그의 3남매인 이재용, 이부진, 이서현은 지분 다툼 없이 평화롭게 지내고 있다. 하지만 언젠가는 그들도 독립해 각자의 길을 가야 할 것이다. 이번 이서현의 삼성물산 사장 발령은 주목할 만하다. 이는 그가 패션사업을 기반으로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하려는 신호탄으로 보인다. 앞서 언니 이부진도 이미 호텔·의류 사업에서 독자 행보를 보이며 분가의 첫걸음을 내딛었다. 가족경영 기업에서 이렇게 형제가 나뉘어 독립 법인을 꾸리는 건 바람직한 일이다. 지금과 같이 한 몸체에 너무 많은 사업이 얽혀있다 보면 전문성이 떨어지고 의사결정도 지연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평화로운 분가를 기반으로 삼성물산 역시 각 사업부문별로 계열분리가 이뤄져야 한다. 전문성을 살려 경쟁력을 높이고, 불필요한 지주회사 부담을 떨쳐내는 것이 삼성의 미래를 위해 중요하다. 앞서 이건희 회장때도 여러 차례 계열분리를 추진했지만 미완에 그쳤다. 이제 그 뜻을 3남매가 이어받아 삼성 재편을 마무리하길 기대한다. 가족 간 평화로운 길을 모색하는 한편, 삼성물산을 비롯한 계열사들도 전문화의 길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