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과 영풍간의 충돌이 황산 분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영풍은 석포제련소에서 아연을 생산할 때 부산물로 나오는 황산일부를 고려아연으로 보내 보관·처리하고 있다.
만약 고려아연이 영풍과의 황산 거래를 중단하면 영풍은 황산 판매처를 새로 찾아야 한다.
새로운 판매처를 못 찾으면 황산을 처리하지 못해 아연 생산을 줄여야 한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석포제련소에서는 하루에 약 2000톤(t)의 황산이 생산된다. 이 중 약 1000t~1500t을 울산 산업단지에 있는 고려아연 온산 제련소로 보내 보관한다.
나머지 황산은 영풍의 동해사무소 황산 탱크에 보관한 뒤 수출한다. 고려아연은 황산을 그대로 판매하거나 순도가높은 반도체용 황산으로 가공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에 납품한다.
석포제련소의 황산 저장 능력은 약 3만8000t으로 알려졌다. 통상 절반 수준을 채우고 있는데, 황산 탱크의 남은 용량이 1만9000t이고 하루에1000t씩 처리하지 못하면 약 20일 안에 탱크가 가득 찰 수 있다.
실제 지난해 7월 집중 호우로 영동선 운행이 어려워지자 석포제련소의 황산저장 능력이 포화 상태까지 도달하면서 아연 생산 감소가 우려됐다. 당시 영풍은 석포제련소의 황산을 기차 대신 차량으로 수송했다.
지난해 영풍의 제련 부문 매출은 1조5400억원으로 전체 매출(3조7617억원)의 약 41%를 차지했다. 영풍은 석포제련소 한 곳만 운영 중이다. 석포제련소는 단일 제련소는 아연 생산량 세계 4위 규모다.
고려아연 내부에는 영업1팀(아연)과 영업2팀(황산)이 있는데, 각 팀에는 고려아연과 영풍 직원이 함께 근무하고 있다.
고려아연이 영풍과 황산 거래를 끊으면 영풍 직원들은 복귀하고 고려아연 자체적으로 영업을 추진할 전망이다. 재계 관계자는 “그동안 사소한 갈등은 있었지만,영풍이 신주 발행 무효 소송을 진행하면서 전면전으로 확산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영풍 관계자는 “황산 거래를 일방적으로 끊으면 공정거래법상 갑질(지위를 남용한 불공정거래) 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며 “석포제련소는국내 아연 물량의 37%를 책임지고 있어 아연 생산이 줄어들면 전체 공급망 생태계에 혼란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고려아연은 영풍 측과 사업 관계를 정리하는 수순에 돌입했다. 고려아연은 원자재·설비부품 공급망, 인력·정보 교류 등 전방위에 걸친 영풍과의 협업을 중단하겠다는 방침이다.
박성우 기자 foxpsw@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