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그분은 처음부터 없었다> 정영학 녹취록을 반복해서 읽다보면 완전히 새로운 맥락이 보인다. 물론 텍스트에 기반한 합리적인 해석이다. 녹취록은 천화동인 1호 차명 지분자로 유동규를 지목한다. 하지만 김만배는 애초부터 그 돈을 줄 생각이 없었던 것 같다. 2015년 2월 당시 정확히 뇌물 약속을 하지 않은 탓이다. 그때 김만배는 남욱의 지분을 뺏어 49%를 먹었다. 그럴싸한 명분을 둘러댔을 것이다. 어쨌든 남욱은 25%만 받았고 화가 났다고 한다. 수원지검 수사를 받던 중이라 검찰을 꽉 잡고 있는 만배 형에게 대들 상황도 아니었다. 2020년 10월부터 유동규는 김만배에게 돈을 달라고 한다. 돈을 건네는 4가지 방법이 녹취록에 자세히 등장한다. 그러나 가만 보면 전부 말뿐이었다. 주겠다는 돈도 700억에서 428억으로 확 줄었지만 유동규는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희한하다. 자신의 몫이 얼만지 정확히 몰랐던 것이다. 24.5%는 1200억이다. 2021년부터 유동규는 다급해진다. 김만배가 돈을 주지 않을 가능성을 눈치챈 것이다. 급기야 김만배에게 대들기 시작한다. 그래서 김만배는 유동규에게 5억을 준다. 징징대니 일단 사탕 하나 던져준 것이다. 이후 김만배는 범죄의 공소시효를 이유로 너한테 2025년에 줄게란 얘기를 한다. 종합하면 김만배는 애초부터 돈을 줄 생각이 없었다. 별별 이유를 대가며 시간을 질질질 끄는 모습이 녹취록에 상세하게 나온다. 2021년 초 김만배가 1호에서 빼쓴 돈이 400억이 넘었다. 곳간이 비어있었기에 말로만 주겠다고 했을 뿐이다. 얼만지 액수도 모르는 뇌물을 달라고, 유동규가 소송을 걸어올 리도 없다. 결국 시간은 김만배의 편이었다. 1호 지분 절반이 사실은 이재명 측 지분이라는 남욱. 그는 2020년 5월만 해도 1호는 자기 것이라고 말하고 다녔다. 김만배가 원래 자기 것을 빼앗아 갔으니까 말이다. 그가 유동규를 이용한 정황도 보인다. 결국 만배 형이 독식하고 한푼도 주지 않을 것이라면서 위기감을 심었다. 그렇게 남욱은 못 먹는 감을 수없이 찔렀지만 김만배의 금고는 굳게 닫혀 있었다. 유동규가 2020년 10월 30일 노래방 녹취록에서 표현한대로 참으로 애석한 일이 그때부터 시작된 것이다. 그런데 가만 보니 유동규 자신만 그 사실을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심지어 지금도 잘모르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