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M 여의도 입성 제2막 활짝…SM그룹 빅피처론 솔솔
김다정 기자 입력 2022-07-06 06:57
HMM, 여의도에 새 둥지…현대 흔적 지우고 새출발
최적의 재도약 거점 평가…민영화 속도내나 관심 집중
SM그룹 인수설 솔솔…잇단 지분 매입으로 3대 주주 등극
[아시아타임즈=김다정 기자] 여의도에 새 둥지를 튼 HMM이 ‘제 2막’의 문을 활짝 열어 젖혔다. HMM이 현대그룹을 완전히 떠나 본격적인 홀로서기에 나선 시기와 맞물려 매각설도 솔솔 흘러나오고 있다.
매각설의 군불은 최근 SM그룹이 HMM 지분을 잇따라 사들인 행보가 놨다. 해운업계에서는 과거 SM그룹이 추진한 인수합병(M&A) 사례들을 토대로 향후 인수를 염두에 둔 포석이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HMM 모든 임직원은 지난 4일부터 여의도 파크원으로 첫 출근을 했다. HMM은 타워1동의 13층부터 31층까지 9개층을 임차해 사용한다.
여의도는 과거 국내 최대 해운사였던 한진해운 사옥이 자리 잡았던 곳으로, 재도약 거점으로는 최적이란 평가다. 한국해운협회와 한국해양진흥공사, 산업은행도 여의도에 위치하고 있어 HMM의 업무 시너지 효과가 극대화될 것이란 분석이다.
이번 사옥 이전을 끝으로 HMM은 현대그룹 흔적도 모두 지우게 됐다. HMM은 해운 장기불황으로 구조조정을 겪으면서 2016년에 최대주주가 현대엘리베이터에서 한국산업은행으로 바뀐 뒤 현대그룹빌딩에서 ‘한 지붕 두 가족’으로 지내왔다. 2020년에는 상호도 현대상선에서 HMM으로 교체했다.
업계에서는 올해 초 HMM이 현대글로비스 출신 김경배 사장을 대표이사로 선임한 데 이어 사옥 이전을 계기로 본격적인 새 출발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해운사를 주력으로 하는 SM그룹이 잇따라 HMM의 지분을 매입하면서 ‘HMM 매각설’에 불을 붙이는 모양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SM그룹의 해운계열사 SM상선은 1000억원을 투자해 HMM 주식 377만3585주를 추가로 매입했다. SM상선의 HMM 지분율은 기존 3.37%에서 4.0%까지 높아졌다.
이에 앞서 SM상선과 우오현 SM그룹 회장 등 특별관계자 18인은 지난달 20일 공시를 통해 HMM 지분 5.52%(2699만7916주)를 보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SM그룹은 HMM의 3대 주주에 올라서게 됐다. HMM의 최대주주는 한국산업은행으로, 지난 3월 말 현재 20.69%(1억119만9297주)를 보유하고 있다. 한국해양진흥공사는 19.96%(9759만859주)다. 민간기업으로는 SM그룹이 가장 많은 주식을 갖고 있다.
SM그룹이 잇따라 HMM 지분 인수에 나서자 시장에서는 단순 투자 목적인지, 인수를 위한 사전 작업인지 두고 해석이 분분하다.
일단 SM그룹은 HMM 주가가 상승하면 지분을 매각해 시세차익을 거둘 것두는 ‘단순 투자 목적’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우 회장을 비롯한 오너 일가뿐 아니라 주요 계열사들이 주식 매입에 나선 만큼 인수전을 위한 준비 작업 아니냐는 시선도 있다. 특히 과거 SM그룹이 유동성 위기에 빠진 회생기업을 인수해 사세를 키워왔다는 점에서 HMM 인수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SM그룹은 2013년 대한해운을 인수하면서 해운업에 본격 진출했다. 2016년 벌크 전용선사인 삼선로직스(현 대한상선)과 같은 해 말 한진해운의 미주노선과 자산을 인수해 설립한 곳이 현재의 SM상선이다.
HMM까지 인수할 경우 SM그룹은 우리나라 유일 컨테이너선사를 보유함으로써 대한해운과 SM상선까지 더해 중장거리 노선 모두에서 경쟁력을 갖춘 해운그룹사로 거듭나는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다.
다만 정부가 HMM 민영화에 선을 그으면서 매각은 아직까지 조심스러운 상황이다. 특히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의 매각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는 분석이다.
조승환 해양수산부 장관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HMM이 역대급 실적 행진을 이어가고 있지만, 정부가 보유하고 있는 지분을 매각하는 민영화에 나서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조 장관은 “HMM이 일정 수준 궤도에 오른 것은 맞지만 투자를 더 해야 한다”며 “금융구조 속에서 경제적 여건이나 상황, 해운 시황을 두루 보면서 판단할 문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