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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우려스러운 원숭이두창 투자 광풍
기사입력 : 22.05.26 06:00:30
[데일리팜=정새임 기자] 원숭이두창 이슈로 제약바이오주가 들썩였다. 코로나19 광풍만큼은 아니지만 원숭이두창으로 묶인 일부 관련주들이 며칠 사이에 급등했다. 지난주 금요일(20일) 종가 6960원이었던 녹십자엠에스 주가는 23일 25.57% 급등하며 874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24일에도 추가로 5.26% 상승했다. 거래량도 폭증했다. 20일 약 12만주에 불과했던 거래량은 최근 3일 평균 1442만주에 달했다. 함께 관련주로 꼽히는 HK이노엔, 미코바이오메드, 파미셀 등도 마찬가지다.
두창은 수포, 농포성 피부 병변을 특성으로 하는 급성 질환으로 두창 바이러스에 의해 발생한다. 천연두 또는 마마라고도 불린다. 원숭이두창은 1958년 한 실험실 원숭이에서 두창과 비슷한 증상이 발견되면서 붙여진 병명이다. 원숭이두창은 중앙아프리카와 서아프리카에서 풍토병으로 자리잡은 지 수십 년이 넘었고, 2003년 미국에서 약 50명의 감염자가 발생한 적도 있다. 이번에는 유럽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원숭이두창 감염 사례가 나와 주목을 받고 있다. 코로나19가 종식되지 않은 상황에서 또 다른 감염병이 전 세계를 휩쓰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엄습하기도 했다. 이번 집단감염은 과거와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어 관심이 높을 수밖에 없다.
코로나19와 달리 원숭이두창은 천연두 백신으로도 85% 효과를 낼 수 있고 비축분도 충분하다고 알려졌다. 한국 정부도 두창 백신 3500만 명분을 비축하고 있다. 원숭이두창을 적응증으로 한 백신도 해외엔 존재한다. 덴마크 제약사 바바리안노르딕이 개발한 지오네스다. 무엇보다 원숭이두창은 코로나19와 달리 전파력이 높지 않아 감염자가 많지 않을 것이라는 게 방역당국의 입장이다.
국내 유일 천연두 백신 생산 기업인 HK이노엔이나 국내 유일하게 원숭이두창을 검출할 수 있는 미코바이오메드 등이 실질적 수혜를 입게 되리라고 전망하기 힘든 이유다. 원숭이두창 감염이 국내 발생하더라도 소수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녹십자엠에스는 아예 이번 사태와 관련이 없다. 과거 녹십자가 정부 주관 약독화 두창 백신 개발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관련주로 묶였다. 회사는 "원숭이두창 백신 개발과는 관련 없다"고 선을 그었다.
사실상 수혜가 없다는 사실을 방증하듯 관련주들의 주가가 급드한 23일 기관과 외국인은 대거 주식을 매도했다. HK이노엔의 23일 매도량은 외국인 26만3812만주, 기관 15만5950주에 달한다. 같은 날 파미셀은 10만8461주, 42만9693주를 각각 매도했다. 기관과 외국인이 이득을 보고 나간 빈 자리를 개인 투자자들이 메웠다.
두창 이슈에 편승하려는 기업도 나타났다. 현대바이오는 코로나19와 독감 치료제로 개발 중인 항바이러스제 CP-COV03을 원숭이두창 치료제로 쓸 수 있도록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패스트트랙을 신청한다고 24일 밝혔다. 개발 중인 물질이 범용 항바이러스제인 만큼 원숭이두창에도 사용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FDA의 애니멀룰을 적용하면 동물실험 만으로도 허가를 받을 수 있다고 회사는 주장했다. 회사 측 주장대로라면 CP-COV03은 코로나 바이러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이어 원숭이두창 바이러스까지 하나의 물질로 공략이 가능하다는 말이 된다. 심지어 임상도 거치지 않고 동물실험 데이터만으로 허가를 받을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회사의 발표가 있던 24일 외국인과 기관은 보유하던 현대바이오 주식을 줄줄이 팔았다.
불과 얼마 전에도 코로나19 치료제·백신 개발을 자신한 제약바이오 기업에 뛰어든 개인 주주들이 주가 하락으로 많은 피해를 입었다. 개발보다 언론플레이에 집중하는 일부 비도덕적 회사도 문제지만, 결국 책임은 매수를 결정한 개인에게 돌아간다.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뛰어든 수많은 국내 기업 중 상용화에 성공한 곳은 단 한 곳밖에 없었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정새임 기자(same@dailyphar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