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22.04.19. 오전 10:53
“반도체 부족 사태는 앞으로 닥칠 (전기차) 배터리 대란에 비하면 애피타이저(전채요리) 수준일 것이다.”
RJ 스카린지 리비안 최고경영자(CEO)의 경고다. 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인 대유행) 장기화 여파로 인한 반도체 부족 사태로 전 세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다가올 배터리 부족 사태에 비하면 ‘애교 수준’일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이다.
리비안은 ‘테슬라의 대항마’로 불리는 미국 전기차 업체다. 메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 출신 엔지니어인 스카린지가 지난 2009년 창업했다. 테슬라가 세단인 모델3와 모델S,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모델X 등 주로 승용차에 집중하고 있는 것과 달리, 리비안은 상용차와 SUV를 초기 주요 모델로 내세운 점이 특징이다.
18일(현지 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 에 따르면 스카린지는 지난주 미국 일리노이 주 노멀에 있는 리비안 공장 언론 투어 진행 중 “간단히 말해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배터리의 총 합계가 향후 10년간 우리가 필요로 하는 양의 10%도 채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같은 발언은 전기차 배터리에 주로 들어가는 코발트, 리튬, 니켈 등 주요 원자재 공급 부족으로 비용이 오르는 등 자동차와 배터리 업계가 부담을 떠안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다.
일례로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원료인 리튬 가격은 역대 최고 수준으로 치솟으면서 전기차 가격마저 상승할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가격정보 제공업체인 ‘아시안 메탈’에 따르면 중국 내 리튬 가격은 지난해 6월 저점에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지난 3월 15일까지 472% 급등했다.
이 때문에 세계 최대 전기차 업체인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CEO는 최근 리튬 가격 상승이 “말도 안되는 수준”이라면서 “직접 채굴하거나 정제해야겠다”고 트윗을 올리기도 했다.
스카린지는 배터리를 충분히 공급하는 문제가 현재 백만대 수준에서 향후 10년간 수천만대 수준으로 성장할 전기차 시장의 가장 큰 장애물이 될 것이라면서 원자재를 채굴하는 것부터 이를 가공하고 배터리로 만들기까지 전 분야에서 부족 사태가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자동차 업계가 지난해 겪은 반도체 부족 사태에 대해 스카린지 CEO는 공급과 수요의 불균형으로 인해 과도하게 매입하고 재고를 쌓는 형태의 상대적으로 작은 일이었다면서 배터리 이슈는 이보다 훨씬 심각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그는 “반도체는 향후 20여년간 배터리를 놓고 우리가 느끼는 것을 빗대면 작은 애피타이저 수준”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리비안은 현재 픽업트럭 R1T,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R1S, 배달용 밴을 생산하고 있다. 지난 6일 올해 1분기 차량 2500여대를 제조해 1227대를 납품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연간 2만5000대 목표치 달성 목표를 재확인했다.
리비안은 2023년까지 일리노이주 공장 연간 생산능력을 20만대로 확장하고, 2024년 조지아주 애틀랜타 인근에 공장을 신설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리비안이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이유 중 하나는 아마존과 포드 등 검증된 글로벌 기업들의 투자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아마존은 지난 2019년 리비안에 7억 달러를 투자했으며, 현재 전체 지분 가운데 20%를 보유하고 있다. 포드의 지분율도 12%에 이른다.
이용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