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필리핀.
70년대 필리핀은 익스플로이테이션 필름이라 불리는 자극적인 B급 영화 장르의 천국이었음.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는데
정글과 섬이 넘쳐나는 필리핀 자연 환경은 신비롭고 이국적인 분위기를 연출하기 매우 적절했고
필리핀, 아니 아시아 대통령 JOAT라인에 드는 마르코스가
A급이든 B급이든 헐리우드에서 영화 찍으러 오는 걸 적극 지원해 줬기에
메이저 제작사는 물론 B급 제작사 입장에서도 영화 찍느라 행정 문제등의 걱정도 적었고
미국에서 찍으려들면 인권이다 동물권이다 난리날 장면들도
필리핀에서는 아무도 신경 안 썼기에
진짜 끝장나게 선을 넘지만 않으면 꼴리는대로 막 찍을 수 있었음.
게다가 물가도 싸고 영어가 어느정도 통한다는 것도 큰 매력이었음.
케바케지만 현지인 입장에서도 나쁘지 않았던 게
아무리 미국에서 개싸구려 취급 받는 B급 영화라도 단역이든 스탭이든 참여만 하면
당시 필리핀 서민보다는 돈 더 벌 수 있었고
잘 풀리면 미국 B급 영화 전문 필리핀 배우가 되어서 필리핀 기준으로는 떼돈 벌거나
잘나가는 현지 스탭이 되어서 미국에서 온 양키들에게 이래라저래라 할 수도 있었음.
어디 이름도 잘 모르는 필리핀 섬이나 정글에서 영화 찍으니
미국 영화 제작진도 현지 스탭에게 많이 의존할 수 밖에 없었고
덕분에 현지 스탭이 미국 스탭보다 갑인 경우도 있었다고 함.
이렇다 보니 70년대에 나온 영화 중
좀 야하고 하드하고 허접한데 정글이나 섬이 나오고 동남아 계통으로 보이는 사람이 나온다면
전부 필리핀 아니면 인도네시아에서 찍은 B급 영화라고 이해하면 될 정도였고
그중에서도 필리핀 쪽이 훨씬 앞서서 말 그대로 B급 영화의 메카로 군림했음.
하지만 이 쪽 시장이 70년대 이후 내리막을 걸으면서
자연스럽게 필리핀의 B급 전성기도 끝났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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